발단은 도요타의 감산 발표였다. 도요타는 지난 19일 9월 세계 생산량을 40% 줄이겠다고 밝혔다. 원래 약 90만 대를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50만 대로 축소했다. 반도체 부족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동남아의 델타 변이 확산으로 공장이 멈춰 부품 조달까지 어려워진 탓이다.
도요타의 발표는 다른 자동차 업체에도 악재였다. 도요타는 올해 반도체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공급망 관리로 안정적으로 자동차를 판매해 왔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도요타는 546만7000대를 판매했다. 2위인 폭스바겐은 497만8000대에 그쳤다. 제너럴모터스(GM·349만4000대)와 현대차그룹(347만5000대)보다 훨씬 많았다. 이런 도요타조차 반도체와 부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자동차주가 주저앉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19일(현지시간) 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이 최대 710만 대 감소할 수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나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지금까지 도요타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감산을 피해 왔기 때문에 이번 발표가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도요타마저 공급망 붕괴 영향을 받는다면 다른 자동차 업체는 반도체 부족 등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차 수요가 꺾이는데 반도체 부족 현상은 지속되는 상황. 현대차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 주가는 연초 이후 줄곧 하락 중이다. 애플카 이슈로 1월 장중 최고가를 찍은 뒤 현재까지 30.28% 하락했다.
결국 이날 현대차는 상장한 지 2주도 채 안 된 카카오뱅크에 시가총액을 추월당했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43조541억원으로 카카오뱅크(43조2341억원)에 밀려 현재 9위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자동차주를 관망하라고 조언했다. 급락했다고 쉽사리 저점 매수에 나설 때가 아니란 설명이다. 황경재 CGS-CIM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현대차의 대당 재료비는 약 1890만원으로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내수와 선진국 판매 증가율은 둔화하기 시작했다”며 “예상과 달리 반도체 쇼티지가 이어지면서 향후 6~7주간은 자동차 업체들이 수요 리스크를 확인하며 주가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환경규제 강화에 대한 대응이다. 황 센터장은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실수요 절벽이 생기는 것도 향후 2~3년 동안 현대차가 풀어야 할 과제”라며 “친환경차의 흑자전환이 수반되는 미래 투자가 주주가치 제고에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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