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4단계 조치를 6주간 시행했는데도 확진자가 줄지 않는다는 것은 기계적인 거리두기가 효과가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4인 초과 모임 금지’ 등은 기준이 모호하고 합리성도 결여돼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 지켜도 코로나 확산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혼식 하객 수 제한에 반발해 예비부부들이 ‘결송(결혼해서 죄송)합니다’라며 시위에 나선 것만 봐도 방역지침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지 알 수 있다. 이들은 종교시설은 99명, 콘서트장은 2000명까지 가능한데 예식장 하객만 49명으로 제한하는 근거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접종 완료자 인센티브’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일이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접종 완료자(약 1110만 명)의 43%가 60세 이상이어서 오후 6시 이후 식당·카페 이용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지만 최근에는 백신 자체가 모자라 맞고 싶어도 못 맞는 경우가 태반이다. 식당 등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단축한 것이 오히려 자영업자에게 훨씬 더 가혹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의 한 내과의사는 “(지금의 방역정책은) 감염 제로(0) 정책도 아니고 위드(with) 코로나도 아닌, 심하게 말하면 정책 집행자들의 책임 회피용이며 4인 모임 제한은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짜깁기 정책으로 자영업자를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의 지적처럼 지금 같은 주먹구구식으로는 거리두기를 5단계, 6단계까지 올려도 코로나를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 치명률은 국내외 모두 독감 수준(0.1~0.3%)으로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백신 확보에 주력하고 확진자 수보다는 중증환자·사망자 관리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방역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지금 같은 거리두기는 재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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