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대출의 총량 관리 필요성에 대해선 전문가도 동의한다. 가계부채는 올 들어 월평균 10조원씩 늘었다. 7월 말 현재 1710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에 버금가는 규모다. 가계부채는 임박한 금리 인상, 자산가격 조정 가능성 등과 맞물려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뇌관’이다. 어떻게든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백만 명이 거래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일시에 중단시키는 식이어야 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거친’ 방식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투기적 대출을 억제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벌써부터 세입자나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 사이에선 “결혼자금을 대출받으려는데 다 막혔다” “집 없는 사람은 거리로 나앉으라는 것이냐” “현금 부자만 집을 사라는 거냐”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결국 이들이 갈 곳은 금리가 더 비싼 2·3금융권뿐이다. 여전히 코로나 위기 한복판인데 무작정 가계대출부터 전방위로 틀어막는 게 올바른 해법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따져보고 제대로 된 해법을 내는 것이다. 가계부채 급증의 주된 원인은 저금리와 집값 급등이다. 실효성 있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과 점진적 금리 인상으로 서서히 잡아가야지, 급작스레 가계대출을 다 틀어막는 식이어선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본다. 대증요법에 급급한 대출 규제는 규제·세금 인상 위주로 25번이나 대책을 내고도 집값만 올린 ‘헛다리’ 부동산대책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택 공급을 당장 늘리기 힘든 정부의 어려운 상황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의욕만 앞서 가계대출 전면 중단 식의 ‘무딘 칼’을 써서는 곤란하다. 금융 약자인 실수요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정교하고 세심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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