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늘어나는 바다葬…법 근거 없는 '관리 사각지대'

입력 2021-08-20 18:02   수정 2021-08-20 23:55

인천 앞바다 연안부두에서 장례선박이 출발한다. 푸른 바다 한가운데 번호가 적힌 부표 인근에 선박이 멈추면, 유족들은 고인의 골분을 뿌리거나 자연분해되는 유골함을 넣는다. 드넓은 하늘과 바다 아래 고인이 평안하게 잠들기를 기도하는 예배나 미사를 드리기도 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바다장(葬)의 모습이다.

이같이 바다에 골분을 뿌려 장례를 치르는 바다장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장은 화장, 수목장 등 여타 장례방식과 달리 현행 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그림자 장례문화’다. 장례선박 안전과 장례업체 관리·감독을 위해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바다장 매년 평균 10% 이상 늘어
20일 선박의 입출항을 관리하는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인천 앞바다의 바다장 건수는 지난해 3571건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로, 2013년 900여 건에 비하면 7년 만에 약 네 배로 늘었다. 바다장 장례업체인 푸른의 이희정 사장은 “바다장 수요가 매년 15~20% 늘고 있어 올해도 작년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은 전국 바다장 시장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데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장례 전용 선박을 보유한 바다장 전문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과 강릉 등 일부 지역에서는 유람선 및 보트로 바다장을 겸업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인천 외 지역에서 바다장을 위해 입출항하는 공식 장례선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바다장 수요의 대부분이 인천 앞바다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장은 고인의 골분을 부표가 있는 바다의 특정영역에 뿌리는 장사 방식이다. 장례 의전팀이 동행해 어장과 떨어진 일정 항로에서 바다장을 치른다. 바다장은 묘지 및 봉안시설 확보가 필요 없어 상대적으로 장례비와 관리비가 저렴하다. 바다장은 보통 1시간 안팎이 소요되며, 장례선박 대절 비용은 선박 크기와 운항시간에 따라 대당 44만~88만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삼우제·사십구재 등 장례 이후 특정일에 바다장 장소에 모여 참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관리 사각지대…장사법에 포함해야”
바다장은 현행법상 장례방식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2012년 국회의원 시절 당시 바다장의 법적 근거와 방법 등을 담은 ‘장사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의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존 장례 사업자들이 영업손실을 우려해 바다장 합법화에 반대한 데다 다른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굳이 다른 지역 해양영역으로 바다장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등 복합적 이유로 관련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부 바다장 업체는 면세유 혜택 등을 이유로 바다장을 장례방식으로 인정하는 장사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혜은 인천발전원 연구원은 “해양환경과 어장관리 차원에서 관리감독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장사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에서는 “바다에 골분을 뿌리는 행위에 대해 당장 규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해양환경공단 관계자는 “골분은 해양폐기물로 분류하고 있지 않으며, 해양환경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자료가 없는 상태여서 바다장 시행 건수가 늘어나도 해양환경 오염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는 바다장이 보편적인 장례문화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육지의 묘지 부족으로 바다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상하이시는 1991년, 홍콩은 2007년부터 해양장사 제도를 도입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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