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가격은 갭(gap)을 메우는 형태로 움직입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선도(대장)아파트의 가격이 오르면 이후 순차적으로 다음 순위의 아파트 가격이 오릅니다. 선도 아파트가 아닌 도심 외곽의 아파트들이 먼저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또한 그동안 선도 아파트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갭을 메우려는 시장의 움직임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파트를 살 때 매수대상 아파트의 비교 대상이 어디인지는 중요한 투자의 변수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비교 대상 아파트는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주변 지역에 있는 유사 아파트를 선택하는 경향이 큽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마곡지구에 입주를 고려한다면, 목동이나 상암의 아파트가 비교 대상일 겁니다. 위례신도시를 고려한다면 송파나 강동의 아파트가 비교 대상일 겁니다.
비교 대상 아파트를 판단하고 투자를 하는 것은 중요하며 필히 계약하기 전에 염두에 두고 실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교 대상 아파트를 잘못 선택해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곡지구의 아파트를 매입한 분들이 처음에 비교 대상으로 삼았던 지역은 대부분 상암이었습니다. 실제로 만나본 개업 공인중개사 분들도 상암 정도는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씀해주셨고 상암과 마곡은 컨셉(산업단지+배후주거지) 또한 비슷했었습니다. 제 지인 중에 한 분은 마곡의 아파트가 상암 정도 수준이 되었을 때 파셨는데 비교 대상을 잘못 잡아서 벌어진 투자 실패사례 중 하나입니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라는 규제가 발표되고 마곡의 아파트가 한때 목동을 위협했을 때 잘못된 판단에 속앓이를 많이 했다는 전언입니다. 위례신도시는 애초에 송파, 성남, 하남 3곳에 걸쳐 있다 보니 비교 대상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송파에 속한 단지는 잠실의 아파트가 비교 대상이었듯 투자하려는 단지가 속해있는 지역의 아파트가 비교 대상이었을 겁니다. 분양가도 그랬지만 이후 가격상승도 송파지역의 아파트들이 더 많이 오른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개별 부동산 측면에서도 이 위계는 중요합니다. 해당 지역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1위 아파트의 가격이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그 아래에 있는 2위와 3위의 가격 또한 1위를 보고 움직입니다. 대부분 올라갈 겁니다. 지금 바로 오를 건지 시간을 두고 오를 건지 등 시차가 있고, 많이 상승할지 적게 오를지 등 정도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그 순위에 따라 가격이 변동합니다. 보통 상위에 있는 아파트의 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부동산시장 상황과 지역적 특성에 따라 하위 아파트의 가격이 먼저 움직이기도 합니다. 주변의 개발 이슈와 저평가 여부 등이 움직임을 결정할 겁니다.
대출 규제로 인해 서울에서 9억 원대 아파트의 가격이 많이 오른 데 반해 15억원 언저리의 아파트들은 가격이 정체되는 느낌입니다. 그럼 15억 원대의 아파트 가격은 계속 정체되어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9억 원대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이 아파트들이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형성하면서 상위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갭이 벌어졌기 때문에 가격대별로 이를 메꾸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겁니다. 현재와 같이 9억 원 이하의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대출 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상위 아파트 가격 또한 올라갈 겁니다. 2021년 8월 현재 전용 59㎡(20평대) 기준 15억 원을 초과하는 단지가 있는 자치구는 절반가량인 12곳에 이릅니다. 강남구와 서초구, 용산구 등 세 개 자치구는 이미 20억 원이 넘어섰습니다. 9억 원대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고 난 이후 15억 원대에 걸려있던 아파트도 순차적으로 오르는 중입니다.
실제로 2009년경 3.7배로 벌어진 가격 차이가 2016년 2.2배로 좁혀졌고 2021년 7월 현재는 3.1배 정도 수준입니다. 2009년 이후로 서울아파트는 오랜 기간 조정을 받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본격적인 상승국면이 시작되었습니다(*통계상으로는 2013년 8월부터 상승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변수만을 가지고 판단한다면 서울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의 여지가 조금 더 있다고 보여집니다. 아직 서울과 6대 광역시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4배에 근접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부동산 운영관리회사인 레드핀(redfin)에 의하면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인구가 1~5만 수준의 소도시 주택에 대한 검색이 88%나 폭증하고 자연환경이 좋은 교외(suburban) 지역을 찾는 수요가 115%나 늘고 있답니다. 미국도 밀레니얼(30대) 들이 부모님들의 주거지였던 교외를 벗어나 도심으로 몰렸으나 이런 추세가 다시 역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조심스럽지만 우리도 이런 트렌드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 또한 서울 강남과의 접근성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일자리가 풍부하면서 자연환경이 좋고 서울 강남과의 접근성이 좋은 곳은 수요가 더 몰릴 수도 있을 겁니다.
최근 판교가 송파 아파트 가격을 넘어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판교신도시 대장주로 꼽히는 ‘판교푸르지오그랑블’ 대형면적 실거래가가 잠실 대표 단지 중 한 곳인 잠실엘스 실거래가를 2020년 5월 넘어선 것입니다. 잠실엘스 전용 119.93㎡ 매물은 직전 거래인 2020년 4월에 비해 2억원 가량 떨어진 21억9000에 팔렸으나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17.51㎡은 2020년 2월 거래된 직전 거래보다 2000만원이 오른 24억5000만원에 거래되었습니다. 현재는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이 30억2000만원(2021년 7월)으로 여전히 잠실엘스 30억원(2021년 6월)과 비교해 2000만 원이 높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투자자들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판교알파리움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2013년 당시 누가 판교의 아파트가 잠실아파트 가격을 넘어설 것으로 생각했을까요. 지금 매입하려는 당신의 아파트는 어느 지역 어떤 아파트하고 경쟁하고 있습니까?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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