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금통위의 최대 관심은 ‘금리 인상’ 여부다. 지난 5월 금통위 직후 이주열 한은 총재의 “‘당분간’ 현재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발언에 관심이 쏠렸다. 2014년 3월 재닛 옐런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취임 후 첫 주재 회의에서 ‘상당 기간’이 6개월이라고 한 점을 근거로 이보다 짧은 8월이나 10월, 11월 금통위가 금리를 올리지 않을까 예상돼 왔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물가 안정’보다는 위험 수위에 도달한 가계부채와 자산 거품을 잡기 위한 ‘금융시장 안정’ 목적이 크다. 특히 가계부채의 주범이 주택담보대출인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대책 성격이 강하다. 일부 금통위 위원은 “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예고돼 있는 만큼 외자 이탈 방지를 위해 우리가 먼저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고민해 봐야 할 것은 가계부채가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코로나 사태의 ‘상흔 효과(scarring effect)’가 큰 소상공인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같은 신흥국의 경우 금리 인상보다는 외화를 충분히 쌓는 게 외자 이탈 방지의 최선책이다. 1990년대 이후 중남미 외채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신흥국이 외부 충격에 의한 각종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안전장치로 외화 확충을 가장 중시해왔다. 연구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외환보유액이 10억달러 늘어나면 신흥국이 위기를 겪을 확률은 5% 이상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통화스와프 등과 같은 제2선 자금까지 포함하면 가장 넓은 의미의 캡티윤 방식으로 추정한 적정 수준보다 보유 외화가 많다. 오히려 미국보다 앞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다간 ‘금리 인상→경기 침체→외자 이탈’ 간의 악순환 고리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다. 2018년 11월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를 더 침체시킨 경험도 있다.
2021 잭슨홀 미팅에 앞서 발표됐던 7월 Fed 의사록에서 테이퍼링이 공식화됐다. 델타 변이 확산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번 미팅에서는 테이퍼링 추진 시기와 실행 기간, 그리고 금리 인상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인 일정이 앞당겨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추진 시기는 9월에 있을 Fed 회의에서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추진 방법에 있어서는 순차적 테이퍼링이 재차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부인했지만 미국도 집값이 ‘미쳤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급등하고 이에 편승한 주택담보대출로 가계부채가 경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순차적 테이퍼링이란 주택저당증권(MBS)부터 줄이고 그다음으로 국채를 가져가는 방안을 말한다.
순차적 테이퍼링이 안고 있는 문제는 국채와 MBS 간 금리 스프레드가 흐트러져 시중 유동성이 과도하게 국채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집값 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와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져 Fed가 가장 경계하는 ‘제2의 에클스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파월 의장의 주장대로 매월 국채 800억달러, MBS 400억달러를 매입해 줄 때와 같은 비율로 줄이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이 방안은 국채와 MBS 간 스프레드를 유지할 수 있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급등한 집값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줄이는 정책 목적은 달성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
선택은 한은과 Fed가 쥐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한은이 금리를 올리고 Fed가 테이퍼링을 확정한다면 이미 ‘패닉’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 증시에 ‘퍼펙트 스톰’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만큼 한은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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