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납품가 올려달라"…공사현장 멈추나

입력 2021-08-22 17:08   수정 2021-08-30 17:03


레미콘업계가 원자재 가격과 운반비 등 원가 인상분을 반영해 건설업계를 상대로 레미콘 납품단가를 7~8%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건설업계가 레미콘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레미콘업계는 납품가격을 둘러싼 협상이 실패할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레미콘 판매 중단 등 집단행동을 검토 중이어서 추석을 앞두고 건설 공사 현장이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 삼표 아주 쌍용 한일 등 수도권 110여 개 레미콘업체는 건설업계 구매담당자들과 최근 세 차례 레미콘 가격 협상을 벌였지만 모두 결렬됐다. 레미콘 가격을 전년 대비 7~8% 인상하고 인상 가격을 오는 9월 바로 반영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건설업계에서 거부했다.

레미콘업계는 제조 원가의 92%를 차지하는 운반비와 원자재 가격이 전년보다 9% 이상 올랐다는 점을 인상률(7~8%)의 근거로 내세웠다. 레미콘 제조 원가에서 20%가량을 차지하는 운반비는 레미콘 운송 차주들의 불법 파업 등 여파로 작년 12%, 올해 9% 올랐다.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인 시멘트 가격도 7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7월 5.1% 인상됐다. 모래, 자갈, 석탄재의 일종인 플라이애시와 철 부산물인 슬래그파우더 등 기타 원·부자재도 평균 9% 이상 올랐다. 이들 자재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현재 형성된 레미콘 표준 제품 가격(㎥당 6만7000원)으로는 팔 때마다 10%(6700원)씩 손실이 나는 구조”라고 호소했다.

건설업계는 인상률은 작년(2%)보다 약간 높은 3% 수준이 적절할 뿐 아니라 인상 시점도 9월은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 구매담당자 관계자는 “우리가 제시한 3% 인상안은 시멘트와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모두 반영한 것으로 7~8% 인상안은 건설사에 큰 부담을 주는 수준”이라며 “인상안 적용 시기도 예년과 달리 앞당겨 적용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레미콘업계는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출혈 납품’으로 영업적자가 누적돼 생존이 불투명해진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건설 수주는 사상 첫 9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레미콘업계는 유례없는 원가 폭등으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도 “96%가 중소기업인 전국 1000여 개 레미콘업체 가운데 올 한 해에만 30~50여 개사가 경영위기로 매각됐고 4~5개는 폐업했다”며 “레미콘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절반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미콘업계는 생존을 위해 판매 중단 등 집단행동도 검토하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값 인상 등에 반발해 2012년 2월 이틀간 전국적으로 조업을 중단해 전국 공사 현장 가동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 단체행동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부당공동행위)를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런 제재를 감수하고 납품 거부 투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한 레미콘업체 사장은 “현재 레미콘업계 여건이 2012년보다 좋지 않다”며 “건설업계의 움직임이 없다면 오는 9월 20~22일 추석 연휴 기간 전에 공사 현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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