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나흘간 잠행을 끝내고 언론중재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은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에 대해 “언론재갈법” “권력 비리 은폐를 위한 움직임”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당내 갈등의 상대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다른 경쟁 주자에 대해선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경선버스’ 출발이 임박한 가운데 가급적 내부 충돌을 자제하고, 대여투쟁에 집중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법안이 처리된다면 위헌 소송과 같은 법정투쟁과 범국민연대 같은 정치투쟁을 병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잠행을 멈춘 건 “대선 유력 후보로서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까지 논란이 큰 법안에 대해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세의 화살’을 외부로 돌려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비칠 수 있는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와 한 차례 갈등 국면을 연출한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 자신을 둘러싼 공방에도 잠행을 이어왔다. 일절 관련 발언을 삼가면서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공식 행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측은 새로운 뇌관이 될 여지가 있는 ‘비대위 설’에 대해서도 강력 부인했다. 일부 언론이 “윤 전 총장이 이 대표를 사퇴시킨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김병민 윤석열 캠프 대변인은 “황당무계한 가짜뉴스”라며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를 향해 ‘사퇴’를 언급한 캠프 인사를 해촉하는 일도 있었다. 민영삼 윤석열 캠프 국민통합특보는 이날 “이 대표는 대표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본인 맘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든지, 아니면 대표직을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 수행을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고, 논란이 일자 특보직을 내려놨다.
‘비대위 설’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대표 체제를 좀 그만 흔들라고 강력히 경고한다”며 “지금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비대위로 간다는 건 대선을 망치자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출된 지도부에 대해서도 그러는데, 선출되지 않은 지도부가 무슨 권위를 갖고 대선을 치를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캠프 대변인을 통해서도 “정권 교체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당권 교체에만 군침 흘리고 있는 건 아닌지 윤 전 총장이 직접 해명하기 바란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앞서 “윤석열 캠프는 꼰대정치, 자폭정치를 당장 그만두라”며 “국민과 당원에 의해 선출된 젊은 리더를 정치공학적 구태로 흔드는 꼰대정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주 선거관리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 비전발표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경선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버스 출발이 임박하면서 당내 주자들의 견제와 검증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경선이 시작되면 정책뿐 아니라 윤 전 총장 측이 예민해 할 수 있는 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검증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