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압박은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금융당국의 심기를 정면으로 건드리면서 시작됐다. 작년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마윈은 “당국이 ‘위험 방지’를 앞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정책을 펴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같은 해 11월 당국은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증시 동시 상장을 전격 중단시켰다.
이후 바이두와 텐센트,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 음식 배달기업 메이퇀 등 관련 업계 1위 빅테크가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고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줄줄이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빅테크 ‘군기 잡기’는 최근 사교육과 게임업체로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반독점, 데이터 안보, 사회 불평등과 관련해 실시한 기업 단속이 작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50건이 넘는다. 1주일에 한 번꼴로 단속한 셈이다.
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2월 이후 해외에 상장된 중국 기술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169조원)가량 증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기술기업 창업자 24명의 자산이 지난달 이후 약 800억달러 넘게 사라졌다고 전했다.
중국 내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빅테크에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공산당은 물론 중국 국민도 빅테크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대부분의 중국 기술기업은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미미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찾기 어렵다. 중국인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장한 빅테크가 이를 무시하고 해외 증시로 몰려가면서 그 혜택을 중국 국민은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이런 여론을 공산당이 적극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규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 국무원은 2025년까지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체제 안정과 통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시장이 과소평가했다”며 “중국 정치와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바로 시진핑”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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