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환율, 금리·물가 등 어느 쪽도 안정적이지 못한 가운데 부실한 백신행정이 불안심리를 증폭시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금융에까지 서툰 규제 일변도인 정부의 거친 행보다. 가계대출 옥죄기는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우리·SC제일은행 등으로 퍼져 나간다. 정부 입김이 많이 미칠 수밖에 없는 은행 순서대로다. “전세금, 중도금이 다 막히면 금융 약자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반발이 쏟아지지만, 귀 기울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금융감독원 ‘창구지도’로 시작돼 금융위원회가 정색하고 투박한 규제 칼을 빼든 모양새다. 거래소 개설 등 암호화폐시장 대책에서도 어떤 충격 요법이 가해질지 의구심이 커진다.
거리두기에 매달리는 ‘동선·생활 규제’ 부작용도 심각하다. 난수표 같은 제한·감시 위주 행동수칙이 또 2주 연장돼 자영업자 사정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인위적 영업 막기로 굶어 죽게 됐다”는 초기 절규가 다시 쏟아진다. 정책 실패로 집값을 올린 정부가 그 집값을 잡겠다며 허둥지둥 대출을 죄면서 금융시장에 혼란을 조장하는 것과 닮았다.
문제는 정부발(發) ‘수축경제’다. 정부가 돈 흐름을 억지로 막고 경제활동에 제약을 가하면 어떻게 될까. 가계빚이 과도해 자산 거품이 우려되면 적절한 예고를 통해 조심스럽게 총량 규제로 가는 게 맞다. 집값에 초점을 맞춘다면 기존 공급 대책이 왜 작동하지 않는지, 지금 집중할 단기·중장기 공급 방안은 무엇인지 재점검하는 게 먼저여야 한다. 그것이 예민한 시장에 필요한 전문가적 대응이자 고급 행정 아닌가.
인위적으로 불황을 초래하고 경제를 죽이면 집값을 잡은들, 가계부채를 동결한들 무슨 소용인가. 경기 위축기에 재정을 동원하고 마중물을 붓는 기법도 중요하지만, 풀린 돈을 거둬들이고 긴축모드로 전환할 때도 섬세한 기술이 요구된다. 조일 듯 풀 듯, 풀면서 죄는 미국 테이퍼링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발 수축경제가 인위적 발작을 유발할까 두렵다. 당국자들은 그 혼란과 부작용에 책임질 준비가 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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