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미국 방어주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 증시는 하반기 들어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했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인플레이션 및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 등 변수가 확산되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유틸리티·부동산·헬스케어·필수소비재 등 업종으로 구성된 방어주 ETF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거나 경기 침체기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상품이다.
반면 금융·소재·산업·재량소비재·에너지·부동산 등 경기민감주 ETF에서는 지난달 총 72억달러가 빠져나갔다. 1~6월 57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된 상품들이다.
또 우량주 ETF에는 돈이 들어온 반면 모멘텀 ETF는 순유출로 돌아섰다. 주로 우량주에 초점을 맞춰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ETF의 경우 올 상반기엔 38억달러가 빠져나갔지만, 지난달엔 210억달러가 유입됐다. 최근 가격 흐름이 좋았던 주식에 투자하는 모멘텀 ETF는 7월에 8억5600만달러 순유출로 돌아섰다. 1~6월엔 11억달러가 순유입됐던 상품이다.
올해 경제 재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반기 128억달러를 끌어모았던 가치주 ETF도 지난달 14억달러 순유출로 전환했다.
스콧 크로너트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경제 회복에 기대를 걸고 투자했던 ETF 투자자들이 지난달부터 명백히 ‘위험 회피’로 편향된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요 지수는 하반기에도 큰 부침 없이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투자자의 심리는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방어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중국 증시 불안과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 대외 여건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유틸리티 부문은 시장의 큰 변동성과 기복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 경향이 있어 경제적·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진다. 대표 상품으로는 ‘유틸리티 셀렉트 섹터 SPDR’ ETF가 있다. 전력회사 64%가량이 담겨 있다. 부동산도 유틸리티처럼 격변의 시기에 안전한 자산으로 꼽힌다. ‘뱅가드 부동산’ ETF는 특수 리츠, 주거용 리츠, 산업용 리츠 등을 담고 있다.
헬스케어 업종은 일반적으로 저성장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성과가 좋은 성장주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비순환적) 점 때문에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셰어 미국 헬스케어’ ETF는 미국의 의료 장비와 서비스, 제약 및 생명공학 회사 127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소비재 업종도 경기 순환과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시기에도 꾸준한 수요를 보인다. 대표 상품인 ‘뱅가드 필수소비재’ ETF는 가정용품, 청량음료, 대형 슈퍼마켓, 포장 식품 등 관련 회사가 담겼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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