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법권 축소·폐지를 놓고 국방부와 민간 전문가들의 갈등이 표면화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3일 오후 군사법원법 개정안 논의를 위해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연다. 군 사법권을 최대한 지키려는 국방부와 잇따르는 군내 성범죄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군 사법권을 축소·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방부가 제도 개선 논의를 위해 구성한 ‘민·관·군 합동위원회’ 4분과(군 사법제도 개선) 위원장인 김종대 전 국회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방부에 사실상 유감을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4분과가 의결한 평시 군사법원 폐지 내용의) 개선안은 민간 위원들의 개혁 의지가 결집된 소중한 성과”라며 “국방부의 국회 보고자료는 마치 분과위가 군사법원 존치를 주장하는 것으로 활동 취지를 상당히 곡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말 구성된 민관군 합동위 4분과는 그동안 수차례 회의를 통해 지난 18일 전쟁이나 비상사태가 아닌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폐지하는 내용의 군 사법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이 안은 합동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 최종 확정돼 국방부에 권고안으로 송부된다.
그런데 국방부는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 자료에서 4분과의 향후 추진활동을 소개하며 “평시 군사법원 폐지 시 우려사항 검토, 국방부 입장 수렴 등 다양한 의견 논의”라고 주석을 달았다.
국방부는 여러 이견이 있는데다 아직 합동위 전체회의 의결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분과위원들은 의결 취지를 국회에 왜곡 보고했다고 반발했다. 이에 항의해 총 15명의 4분과 운영위원 중 2명(민간 변호사)이 21일 사퇴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 제1소위에는 정부안을 포함해 총 9건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군인 신분이면 무조건 군경찰과 군검찰, 군사법원에서 수사·재판을 받아야 하는 현행 제도 대신, 2심 항소심을 민간 법원으로 이양하거나 군에 별도의 성범죄 전담 수사·재판부를 두는 방안, 대만처럼 평상시 군사법원 자체를 없애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군대 내 성범죄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지난해 국방부 통계를 보면 군 형사사건의 상당수(87.3%)가 교통, 폭력, 성범죄 등 군의 특수성과 무관한 범죄”라며 “그런데 이들 범죄가 군 내부에서 독립적이고 공평하게 처리될 수 있을 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군 사법제도 개선은 지난 2014년 ‘윤일병 폭행사망 사건’ 당시에도 논의됐지만 이후 국회에서 흐지부지됐다. 지휘관의 통솔력 유지, 군사기밀 유지, 군 특수성 등을 주장하는 국방부와 일부 국회 국방위원들이 군 사법권 축소에 소극적이었단 지적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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