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대출 틀어막자 사금융 기승…"은행 대신 '쩐주' 모셔오겠다"

입력 2021-08-23 17:08   수정 2021-08-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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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30대 임모씨는 계약금을 치를 돈이 모자랐다. 친구에게 “은행 대출 한도가 차 곤란하다”고 토로하니 “입주권을 양도하면 몇억원이라도 벌 수 있으니 당장 부동산중개소에 전화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주가 마련돼 있다”며 “연 10% 금리에 필요한 만큼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아파트 매도를 확약하면 잔금은 물론 양도세까지 다 책임지고, ‘손피(손에 쥐는 프리미엄)’까지 쏠쏠하게 쳐주겠다며 거래에 대해 변호사 공증을 해놓자고 제안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거래에서 이런 ‘사(私)금융’이 동원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내집 마련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이들을 겨냥해 “돈이 모자라도 집을 살 수 있다”며 변칙영업을 하는 사금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지역 등 일부 중개사무소에서 벌이던 사금융의 규모가 커지고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사금융이 활개를 치는 건 제도권 금융사에 대한 대출 규제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최근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에 이어 상호금융(지역농협), 저축은행 대출까지 죄기 시작했다. 아파트 거래에선 온라인연계금융투자업(P2P) 업체를 통한 대출이나, 캐피털사와 대부업체 등 비은행권 대출로 잔금을 치르는 2030세대가 적지 않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대출을 받으려면 연 12~13%이고, 연 10% 정도로 받으려면 한 달 이상 기다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박진우/장현주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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