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철군 시한 연장할 듯…추가 파병도 검토

입력 2021-08-23 17:36   수정 2021-09-30 11:4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의 철수 시한을 연장할 뜻을 내비쳤다. 미국은 아프간에 추가 파병을 검토하고 군용기뿐 아니라 민간 항공기도 대피 작전에 동원하기로 했다. 아프간에 있는 미국인들의 대피 속도가 늦어진 데 따른 조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와 군 사이에 (철군 시한) 연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철수 기한 연장을 요청하면 어떡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24일 화상으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선 아프간 사태가 주요 안건으로 논의된다. 올해 G7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제사회가 (난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보장하고 아프간인이 지난 20년간 누려온 혜택을 지켜낼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영국이 탈레반에 대한 경제 제재와 지원 중단 검토를 제안할 방침이라고 전망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에 추가 파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현지에 충분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군 지휘부에 추가 병력이 필요한지 매일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답은 ‘아니다’였지만 그는 오늘 다시 물어볼 것”이라고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설리번의 언급은 탈레반의 카불 장악 1주일 만에 나왔다”며 “공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추가 파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미군이 투입한 150대의 군용기 외에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등 민간 항공사 소속 비행기를 동원하도록 지시했다. 미국이 민간기를 투입하는 것은 걸프전과 이라크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다만 이들 항공기는 카불로 직접 들어가지 않고 아프간을 빠져나와 유럽과 중동의 미군기지로 이송된 피란민을 수송하는 데 활용된다.

미국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프간에 있는 미국인과 조력자들의 대피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이동 통제로 하루 대피 인원 목표인 9000명에 못 미치고 있어 당초 계획인 이달 말까지 대피를 완료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프간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다. NBC방송의 지난 14~17일 조사에서 바이든 지지율은 49%로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탈레반은 미군이 오는 31일로 예정된 철군 마감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한을 지키지 않는 데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철군 시한 연장은) 우리 사이에 불신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주둔을 계속한다면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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