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조원 넘어선 가계빚…한국은행 금리 인상 압박 커진다

입력 2021-08-24 12:00   수정 2021-08-24 13:05

가계 빚(가계신용)이 1800조원을 넘어섰다. 1년 동안 사상 최대폭인 170조원원가량 늘어난 결과다. 국민 1인당 빚이 3500만원에 육박한다. 주식과 부동산, 암호화폐를 사들이기 위해 가계가 차입금을 대폭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1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치)'을 보면 지난 6월 말 가계 빚(가계신용)은 1805조9000억원으로 작년 6월 말과 비교해 168조6000조원(증가율 10.3%) 늘었다. 가계신용은 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이다. 가계신용 증가폭은 사상 최대치다. 올해 3월 말과 비교해서는 41조2000억원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6월 말부터 2021년 6월 말까지 가계 빚은 418조1000억원(증가율 30.1%)이나 늘었다. 한국의 인구수(중위 추계·5182만2000명)를 고려하면 국민 한 사람당 3490만원의 빚을 짊어진 셈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948조3000억원으로 1년 새 75조2000억원(8.6%) 늘었다. 증가폭으로는 2016년 4분기(77조4000억원) 후 최대였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57조원으로 84조원 늘면서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계가 주식과 부동산 등을 사들이기 위해 차입금을 대폭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신용대출 증가폭이 두드러진 것은 공모주 청약자금이 대폭 불어난 결과다. 지난 4월 28~29일 이뤄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일반청약에는 사상 최대인 80조9000억원이 몰렸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주택(주택 및 부속 토지 포함) 시세의 합계인 주택 명목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5721조667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보다 13.1%(662조4760억원) 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15.5%)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세대별로 보면 2030세대가 최근 가계 빚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한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올 1분기 말 2030세대의 금융회사 대출금 잔액은 44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말보다 55조3897억원(14.1%) 불었다. 2030의 부채 증가율은 올 1~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9.5~10.3%)을 크게 웃돌았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로 최근 1년 새 대출 금리가 큰 폭 오르면서 가계의 신용 위험도 불어나고 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신규취급액) 평균 금리는 2020년 3분기에 사상최저인 연 2.59%에 머물렀지만 4분기 연 2.72%, 2021년 1분기 연 2.84%, 2분기 연 2.91%로 치솟고 있다. 불어나는 가계 빚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작년 말 기준 1933조1524억원) 수준에 육박할 만큼 불어나면서 가계의 차입금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솟는 가계 빚은 경제성장률을 갉아 먹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 6월 발표한 ‘2021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적정 수준을 웃돌면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져 가계 씀씀이를 옥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심일혁 국제결제은행(BIS) 아시아태평양 경제·금융시장 헤드도 2017년 발간한 BIS 보고서(607호)에서 “가계부채 임계치는 명목 GDP의 80% 수준으로 이를 넘어서면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가계 빚을 막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거시건전성 대책을 내놨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가계신용 증가율을 8%에서 내년까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수준(4%대)으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비롯해 가계부채 규제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2분기 증가율이 10%로 치솟는 등 가계 빚의 폭증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가계 빚 증가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오는 26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작년과 금년 상반기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이 8~9%로 올랐다"며 "통화정책의 정상화 경로에 따라서 선제적으로 조정이 되지 않으면 금융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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