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1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치)'을 보면 지난 6월 말 가계 빚(가계신용)은 1805조9000억원으로 작년 6월 말과 비교해 168조6000조원(증가율 10.3%) 늘었다. 가계신용은 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이다. 가계신용 증가폭은 사상 최대치다. 올해 3월 말과 비교해서는 41조2000억원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6월 말부터 2021년 6월 말까지 가계 빚은 418조1000억원(증가율 30.1%)이나 늘었다. 한국의 인구수(중위 추계·5182만2000명)를 고려하면 국민 한 사람당 3490만원의 빚을 짊어진 셈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948조3000억원으로 1년 새 75조2000억원(8.6%) 늘었다. 증가폭으로는 2016년 4분기(77조4000억원) 후 최대였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57조원으로 84조원 늘면서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계가 주식과 부동산 등을 사들이기 위해 차입금을 대폭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신용대출 증가폭이 두드러진 것은 공모주 청약자금이 대폭 불어난 결과다. 지난 4월 28~29일 이뤄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일반청약에는 사상 최대인 80조9000억원이 몰렸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주택(주택 및 부속 토지 포함) 시세의 합계인 주택 명목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5721조667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보다 13.1%(662조4760억원) 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15.5%)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세대별로 보면 2030세대가 최근 가계 빚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한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올 1분기 말 2030세대의 금융회사 대출금 잔액은 44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말보다 55조3897억원(14.1%) 불었다. 2030의 부채 증가율은 올 1~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9.5~10.3%)을 크게 웃돌았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로 최근 1년 새 대출 금리가 큰 폭 오르면서 가계의 신용 위험도 불어나고 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신규취급액) 평균 금리는 2020년 3분기에 사상최저인 연 2.59%에 머물렀지만 4분기 연 2.72%, 2021년 1분기 연 2.84%, 2분기 연 2.91%로 치솟고 있다. 불어나는 가계 빚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작년 말 기준 1933조1524억원) 수준에 육박할 만큼 불어나면서 가계의 차입금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솟는 가계 빚은 경제성장률을 갉아 먹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 6월 발표한 ‘2021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적정 수준을 웃돌면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져 가계 씀씀이를 옥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심일혁 국제결제은행(BIS) 아시아태평양 경제·금융시장 헤드도 2017년 발간한 BIS 보고서(607호)에서 “가계부채 임계치는 명목 GDP의 80% 수준으로 이를 넘어서면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가계 빚을 막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거시건전성 대책을 내놨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가계신용 증가율을 8%에서 내년까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수준(4%대)으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비롯해 가계부채 규제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2분기 증가율이 10%로 치솟는 등 가계 빚의 폭증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가계 빚 증가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오는 26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작년과 금년 상반기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이 8~9%로 올랐다"며 "통화정책의 정상화 경로에 따라서 선제적으로 조정이 되지 않으면 금융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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