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영국 해군의 퀸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의 부산항 입항이 불발됐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퀸엘리자베스 항모 내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앞서 북한은 영국 항모전단의 접근에 반발했는데, 계획됐던 한·영 연합훈련은 약식으로 실시할 전망이다.
군 소식통은 24일 “코로나19 영향으로 한·영 양국이 상호 양해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한데다 퀸엘리자베스 항모 내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00여명에 달한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방역 당국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퀸엘리자베스 항모는 6만5000t 급의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으로 구축함 2척, 호위함 2척, 지원함 2척, 잠수함 1척 등 총 8척의 항모 전단을 꾸려 서태평양 해역에서 이동 중이다. 이 중 핵추진 잠수함 ‘아트풀’은 앞서 지난 11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항구에 입항했다.
한·영 군 당국은 이달 말 동해상에서 통신교환 훈련 및 기동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017년 말 취역한 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은 지난 5월 영국 포츠머스항을 출항해 지중해, 인도양, 남중국해 등을 거치며 미국·프랑스 등 우방국들과 잇달아 연합훈련을 진행해왔다. 지난 4월 부산항 기항 계획을 발표한 한·영 군 당국은 당초 이달 말 국내에 입항해 최소 규모의 친선 활동도 한다는 계획이었다.
영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을 전진배치하는데 대해 북·중은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중국의 영문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전날 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이 남중국해에 진입하자 “매 맞기를 애걸하는 창녀(bitch)”라며 영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영국 매체들은 이달 초 중국 핵잠수함이 퀸엘리자베스 항모를 미행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3일 외무성 홈페이지에 최현도 조선-유럽협회 연구사 명의의 글을 싣고 “머나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함까지 들이밀면서 정세를 격화시키는 영국이 그 구실을 우리의 위협에서 찾고 있는 것은 적반하장격으로서 우리에 대한 일종의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