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고령자 종합부동산세 납부 유예가 졸지에 백지화됐다. 과세기준 종합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60세 이상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납부를 집을 팔거나 상속·증여할 때까지 미뤄주는 법안이 그제 국회에서 폐기된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유예안이 포함된 법안들은 통째로 빼고,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 11억원으로 높이는 법 개정안만 의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종부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면서 납부 유예까지 함께 추진하는 데 부담을 느낀 탓이라고 한다.
종부세 납부 유예 방안은 지난 6월 당정이 먼저 꺼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도 도입을 공언했고, 유동수 의원 등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법안까지 마련했다. 그래 놓고 지지층 반대를 의식해 슬그머니 발을 뺀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제도 도입을 기다린 고령자들만 허탈하게 됐다. 평소 정부·여당에 대해 ‘징벌적 부동산 세제’라고 비판하던 야당 의원들은 법안 처리과정에서 도대체 뭘 했는지 궁금하다.
여당의 ‘질러보고 떠보고, 아니면 말고’식 부동산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종부세를 집값 상위 2%에 물리려다 ‘없던 일’로 한 것도 그렇다. 애초에 과세대상을 금액이 아니라 비율을 기준으로 삼은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인데, 여기에 더해 종부세를 매길 때 ‘사사오입(四捨五入)’을 적용하는 국적불명의 해괴한 기준까지 밀어붙이다 여론 역풍에 포기한 것이다.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도 ‘전세 절벽’이 가속화하자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졸지에 전세난민이 된 세입자들의 피해는 어디서 보상받나. 빌라·오피스텔 등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폐지하려다가 전세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에 백지화로 가닥 잡히고 있다. 양도세는 이 정부 들어 다섯 차례나 바뀌어 ‘난수표’가 돼 버렸다. 지역 주민 의견수렴도 없이 덜컥 발표부터 해놓고 곳곳에서 어그러진 8·4 공급 대책 등 ‘헛발’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집값은 한없이 치솟고 있다. 시장을 망친 오락가락, 무리수 정책에 애꿎은 서민들의 피해만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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