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0.5%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한은은 지난해 5월 연 0.75%였던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계속해서 동결해 왔다. 상당수 시장 참가자는 한은이 매 분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가계부채를 고려해 이달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말 가계신용은 1805조9000억원으로 작년 6월 말과 비교해 168조6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가계신용 증가율을 내년에 4%대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비롯해 가계대출 규제 대책을 올 들어 쏟아냈다. 하지만 2분기 증가율(전년 대비)이 10%로 치솟는 등 가계 빚의 폭증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가격 안정에 실패한 정부는 이제 한은에 기대는 모양새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대출 수요가 줄고,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국회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금리인상)에 따라 선제적으로 (가계부채) 조정이 되지 않으면 금융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경기가 불투명한 만큼 한은이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가계 심리도 코로나 재확산과 맞물려 갈수록 움츠러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5로 7월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코로나 4차 유행과 함께 7.1포인트 급락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다. CCSI는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년 1월~2020년 12월)보다 낙관적이고, 이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가계대출 관리는 전 계층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는 금리정책이 아닌 미세조정이 가능한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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