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군 수송기 세 대를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해 아프간 피란민들을 한국으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여년 간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현지인과 그 가족들이 대상이다. 한국 정부가 분쟁 지역에 군 자원을 투입해 재외국민이 아닌 외국인들을 구출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외교부는 24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및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우리 군 수송기 3대를 아프가니스탄과 인근국에 보내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분들은 수년간 대사관, 한국병원, 직업 훈련원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2001년 발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비전투부대를 파병한 이래 2007년 병력을 철수한 뒤에도 지방재건팀을 현지에 보내 병원과 직업훈련원 운영 등 다양한 재건 사업을 지원해왔다.
국내로 이송하는 아프간 피란민들의 규모는 400명 안팎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4일 2명의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은 아프간 주둔 한국군 및 구호요원과 일했던 아프간인 400여명을 탈출시켜 서울로 데려오기 위해 미국 측과 협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2일 “정부가 맡아서 했던 아프간 현지의 병원, 학교 건설 프로젝트에 협력했던 엔지니어 등 아프간인이 약 400명으로, 그분들을 무사히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로이터는 “미국 관리들은 실행 계획과 지리적 이유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아프간 난민 수용 리스트에서 제거하기로 결정했다”며 주한미군 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일시적으로 수용하려던 계획을 폐기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이 처음 주한미군 기지의 난민 수용 방안을 제시했을 때 한국 정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주 초보적인 가능성을 초기 단계에 논의한 건 사실이지만, 심각하게 논의한 건 아니다”고 답한 바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