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굴리는 전체 자산이 처음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 공단 설립 후 지금까지 벌어들인 수익금은 500조원을 넘어섰다. 내년에는 전 세계 투자 ‘큰손’ 중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 노르웨이 국부펀드(GPF)에 이어 세 번째로 운용 규모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2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잠정 기준 기금 자산은 908조3000억원에 달했다. 투자 자산의 가치가 뛴 데다 연금 수입이 들어오면서 올 들어서만 74조5000억원 불어났다.
국민연금 운용위원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운용 규모는 내년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바라본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3대 연기금을 운용한다는 자부심과 국민 노후를 책임진다는 책임감으로 업무에 임해주길 당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연금의 올 상반기 수익률은 7.49%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수익률(9.7%)보다는 낮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7.19%)보다는 높은 성과다. 해외주식(17.86%)과 국내주식(15.27%)의 수익률이 크게 뛴 덕분이다.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도 5.04%의 수익을 냈다. 다만 금리 상승 압박이 이어지면서 국내채권에서는 1.12%의 손실을 봤다.
국민연금의 올 들어 수익금은 6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988년 설립돼 운용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수익금은 439조600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기준 누적 수익금은 500조원을 넘어선 502조3000억원에 달하게 됐다. 국민들은 400조원을 연금으로 부었고, 이를 통해 500조원을 벌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자산 중에는 국내채권 비중이 가장 높다. 전체 자산의 37.6%인 341조원어치를 갖고 있다. 이어 △해외주식 25.8%(223조8000억원) △국내주식 20.3%(184조3000억원) △대체투자 10.4%(94조6000억원) △해외채권 5.8%(53조원) 등의 순이다. 대체투자 중에선 해외부동산(27조원)과 해외인프라(18조원) 비중이 높았다.
국민연금은 6월 말 기준으로 국내주식과 국내채권 등을 계획보다 각각 0.4%포인트, 0.7%포인트가량 더 갖고 있다. 반대로 대체투자는 계획 대비 1.5%포인트 적었다. 대체투자 비중은 연말 목표(전체 자산의 13.2%)와 비교해도 낮은 11.9%에 그친다. 하반기 대체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한편 이날 열린 기금운용회의에선 현재 50~90%로 돼 있는 해외채권의 위탁운용 범위를 40~80%로 낮추는 안이 의결됐다. 지난 4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해외채권의 53.5%를 위탁운용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채권의 직접 운용 비중을 계속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내년 말까지 해외채권 위탁운용 비중을 40%까지 낮추면 위탁수수료를 연 13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년부터 해외채권 유동화증권 직접운용을 시행해보니, 연 55억원 수준의 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2026년까지 해외채권 비중을 10%로 늘릴 계획이다.
김재후/김종우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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