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드릭 알비아니 국경없는기자회(RSF) 동아시아 지부장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개정안이 지금처럼 악의적인 보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이 법이 통과된다면 재판관들에게 너무나 많은 권한을 주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 보도가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자세한 규정이나 가짜뉴스라고 판단할 메커니즘이 없어 ‘불완전하다’는 지적이다.
알비아니 지부장은 “민주주의 정부가 좋은 의도가 있더라도, 어떤 기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까지 정하게 되면 권위주의 정부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정부가 10~20개의 이같은 법 개정을 계속한다면 법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RSF의 비판 성명에 대해 “뭣도 모르니깐”이라고 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알비아니 지부장은 “RSF는 한국에 3명의 특파원이 있고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 상황을 모른다는 건 틀린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사를 바탕으로 이 개정안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성명을 내기로 결정했다”며 “한국 시민들에게 정부의 실수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시민들에 대한 존중을 담아 현재의 개정안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지금 표결에 부쳐서는 안 된다는 걸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의 “우리도 언론단체가 쓰면 그거 인용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겨냥한 듯 “우리는 특정 국가 정부나 다른 기관들의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는 완전히 독립적인 국제 비정부기구(NGO)”라며 “(민주당이) 이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속전속결’ 식의 강행 처리에 대해서는 거듭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알비아니 지부장은 “우리는 개정안의 문제가 있다면 시간을 갖고 고치기를 바랄 뿐”이라며 “심지어 대통령 선거도 내년인 상황에서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는데 지금 당장 하겠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아시아 전체에서 최고의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는 국가이고 앞으로 전세계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의 모범 사례가 되길 바란다”며 “제대로 쓰여지지 않은 개정안은 한국이 더 이상 리더 국가가 아니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크리스토퍼 들라우르 RSF 사무총장과 함께 청와대를 예방했을 당시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는 점도 상기했다. 알비아니 지부장은 “RSF가 (2017년) 동아시아지부를 설립하고 한국과 관계를 갖기 시작한 이후 문재인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매우 중시할 것이라고 밝혀왔다”며 “문 대통령은 더 높은 차원의 표현의 자유를 하겠다고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독재로 가고 있다던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라고 비난하거나 모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도 “정부나 정치인들이 어떤 게 가짜뉴스인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려면 국회에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충분히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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