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파트를 짓기 전에 먼저 분양한 뒤 중도금 등을 받아 시공하는 선분양이 일반화돼 있다. 후분양은 말 그대로 아파트를 다 지은 다음 분양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선분양이 분양 시기와 입주 시기 차이에 따른 수급 불균형은 물론이고 부실시공, 하자분쟁, 분양권 투기 등의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봤다. 부실벌점을 많이 받으면 아예 선분양을 금지하는 제도까지 도입한 이유다.
그랬던 정부가 입장을 180도 바꿨다. 눈앞의 공급이 아쉬워지자 선분양보다도 1~2년 먼저 집을 파는 대규모 민간 ‘사전청약’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지난 25일 3기 신도시 내 민간 매각 부지, 서울시 내 공공주도 개발사업 등을 활용해 2024년까지 10만1000가구를 사전청약으로 조기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 주택 사업자에 공공택지 공급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사전청약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발표에 대해 “정부를 믿고 따라도 될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얼마 전에는 선분양도 문제가 있다더니 사실상 ‘선선(先先)분양’을 적극 장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이었던 선분양은 그나마 착공이 이뤄진 이후 진행한다”며 “사전청약은 실체도 없고 부지 확보조차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추진하기 때문에 과하게 말하면 ‘사기 분양’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바뀐 것도 아니고 한 정부 내에서 너무 다른 얘기를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간 사전분양의 흥행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 많은 건설사가 사전 분양가와 실제 분양가 조율 문제, 토지보상 지연에 따른 일정 연기 등 각종 민원이 예상되기 때문에 참여할 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부는 김현미 장관 시절부터 “공급은 충분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지난해 중반이 돼서야 도심 내 공급 부족을 인정하면서 대책을 마련했지만 많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 발표부터 실제 입주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후분양하라더니 ‘선선분양’하겠다고 나선 정부 말을 신뢰하기가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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