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수시장 부동의 1위인 제주삼다수 판권이 4년 만에 시장에 나왔다. 삼다수 판권을 확보하면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어 유통업체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9년째 삼다수 유통을 맡고 있는 광동제약은 이번에도 판권을 사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LG생활건강, 롯데칠성음료 등 경쟁업체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삼다수와 제주감귤, 휘오제주 등의 제품을 제주도 외 지역에서 위탁 판매할 협력사를 공개 모집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지난달 게시했다.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 생산만 맡고, 유통은 협력사에 위탁하고 있다. 오는 30, 31일 입찰 접수 후 경쟁프레젠테이션 과정을 거쳐 9월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삼다수 판권 입찰은 ‘식품업계의 올림픽’으로 불릴 정도로 치열하다. 판권 계약이 4년 단위로 이뤄지는 데다 입찰 공고가 나올 때마다 주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 삼다수 위탁 판매는 농심이 맡았다. 이후 광동제약이 판권을 따내 5년(4+1년 계약)간 삼다수를 독점 유통했다. 2017년부터는 소매는 광동제약, 비소매(숙박업소, 병원 등)는 LG생활건강이 맡고 있다. 광동제약과 LG생활건강의 4년 계약 기간이 오는 12월 14일 끝난다.
업체들이 삼다수 판권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생수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지위 때문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삼다수는 국내 생수시장의 42.6%를 점유하고 있다. 2위인 아이시스(12.1%) 점유율에 비해 세 배 이상 높다. 생수시장이 커지면서 삼다수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 매출은 2016년 2415억원에서 지난해 2835억원으로 4년 만에 17.4% 증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삼다수 판권을 확보하면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데다 삼다수 유통망을 이용해 자사 제품의 판매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광동제약은 판권 연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별도 기준)의 30.6%를 삼다수에 의존하고 있어 삼다수 판권을 따내지 못하면 매출 ‘1조 클럽’ 지위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업계에선 광동제약의 재계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동제약과 제주개발공사가 한 계약에 양사 합의에 따라 계약 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음에도 입찰공고를 낸 것은 양사 거래를 이번에 종결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아직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국내에서 코카콜라 유통을 맡고 있는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음료사업부문에서만 1조51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다수의 비소매 부문 매출이 LG생활건강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2005년 취임 이후 62분기 매출 증가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이어가고 있는 ‘차석용 매직’ 신화를 위해서라도 삼다수 소매·비소매 통합 판권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012년까지 삼다수 유통을 맡아 시장 안착을 이끌었던 농심은 판권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제주개발공사와의 결별 이후 2013년 선보인 자체 생수 브랜드 백산수가 이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삼다수 판권 경쟁에 뛰어든 전력이 있는 롯데칠성음료 등은 입찰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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