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111억 빌리고 살해하려 했는데…父 "처벌 원치 않는다"

입력 2021-08-26 08:42   수정 2021-08-2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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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아버지 명의로 111억 원을 빌려 사용하다 빚을 갚지 못해 아버지를 살해하려 한 3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26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정총령 조은래 김용하 부장판사)는 존속살해미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오모(34·남)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오 씨는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변호사인 아버지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사무실 명의로 차용증 98장을 위조해 지인들에게서 40억 원을 빌렸다. 또 돈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붙여 3주 안에 갚겠다고 속여 피해자 27명으로부터 11억 원 상당을 가로챘다.

유흥비나 생활비로 빌린 돈을 탕진한 A 씨는 돌려막기로도 빚을 갚지 못하자 채무 명의자인 아버지를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오 씨는 지난 6월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버지의 머리를 미리 준비한 둔기로 때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아버지가 저항하자 오 씨는 교통사고로 위장하려고 고속도로로 향했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겠다"는 말에 아버지를 근처에 내려주고 도망쳤다.

오 씨는 범행 당일 휴대전화로 '후두부 가격', '방망이로 죽이는 법' 등을 검색했고 30cm짜리 둔기를 승용차에 미리 준비해 계획적으로 범행했다.

1심은 "아버지의 생명을 빼앗으려 한 피고인의 행위는 그 자체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징역 8년을 선고하고 가로챈 금액 중 약 8억 3000만원을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2심 또한 1심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보고 "유흥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문서 위조,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아버지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쳤다"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으며 사기 범행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편취한 금액 일부를 변제에 사용해 남은 피해 금액이 16억 원인 점, 피해자인 아버지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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