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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갈등 관계가 첨예한 공항, 물문제 등 현안에 대해 대승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1997년 논의가 시작된 후 진전을 보이지 않던 K2군공항과 민간공항의 통합이전이 전국 처음으로 진행되고 대구와 구미의 물문제도 해결의 가닥을 잡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장세용 구미시장,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 등이 지역적 이해가 첨예한 문제에 대해 여야를 초월하고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협력, 협치를 하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대구·경북의 정치가 바뀌면서 경제 지형도도 바뀌고 있다. 대구·경북의 그랜드 디자인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대성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는 “대구·경북 지도자들이 ‘역사와의 대화’에 나섰다”며 “미래를 위해 정치적 불리도 감수하는 용기 있는 결단으로 대구·경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갈등조정 전문가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콜롬비아 태국의 분쟁 등 집단갈등을 푼 애덤 카헤인은 자신의 성공 사례를 담은 《협력의 역설》이라는 책에서 첨예한 갈등관계에 놓인 지역에서 협력에 성공하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하나는 처음부터 어떤 합의도 않고 시작하되 문제(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데는 합의한다는 원칙이다. 두 번째는 미래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되, 현재 상태를 그대로 두는 시나리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지난해 7월 30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 확정으로 시작된 지역, 여야 간 협력 분위기는 애덤 카헤인의 원칙에서 바라보면 큰 진전이다.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연 리더십의 변화는 이철우 경북지사부터 시작됐다. 이 지사는 2018년 취임 이후 공전하던 공항이전 문제에 적극 나섰다. 권 시장 혼자 외롭게 추진하던 문제에 적극 협력하기 시작했다.
대구공항은 도심에 있어 장점도 많지만 60여 년간 소음피해는 물론 대구 전체 면적의 13%인 114㎢의 건축물 고도제한으로 대구 발전의 걸림돌이 돼왔다. 가까이 있는 공항을 먼 곳으로 보내는 데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인구 소멸 위기에 빠진 경북으로서도 의성 군위뿐만 아니라 통합신공항과 7㎞ 거리에 있는 구미국가5산단의 활성화 등 산업수도 구미와 경북 재도약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은 전국에서 대구·경북이 처음 이뤄낸 결실이다. 대구·경북은 2조244억원 규모의 서대구~신공항~의성을 잇는 공항철도를 최근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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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시장의 이런 결단에는 지난달 14일 구미에서 열린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이 지사, 권 시장의 설득노력도 크게 작용했다. 구미 해평취수원을 대구가 공동 이용해도 구미 시민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설득하며 갈등관리에 나섰다. 권 시장은 “이웃 도시인 대구와 구미가 물문제를 해결하고 상생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절호의 기회”라며 “구미시장께서 용기 있게 나섰고 한 장관이 소명을 갖고 뛰어주셨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13일 “물문제(취수원 다변화)만큼은 여야가 따로없다. 30년간의 지난한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한 장관의 해결 의지, 권 시장과 홍 부시장의 끈질긴 노력, 이 지사의 동의와 장세용 구미시장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추경호 의원 등 국민의힘 대구지역 12명 의원도 19일 환영성명을 내고 구미의 현안 해결에 대구의원들이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여야를 뛰어넘은 협력의 모습이 오랜만에 연출됐다.
국내외 지자체의 정책을 연구해온 김종식 디자인정책연구원장은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린 문제에 지역 리더들이 그동안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먼저 계산하고 현안에 대해 눈을 감고 외면하면서 대구·경북이 발전동력을 상실했다”며 “유권자들도 어떤 지도자가 미래를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정치인들의 이해가 시·도민들의 이익 위에 있을 수 없다”며 “공동체 이익을 위해 여야가 함께 협력·협치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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