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독자적 대북(對北) 감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5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던 '북한 무인 정찰기' 사업이, 예상했던 개발 완료 시점보다 53개월이 넘게 지연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 사업 개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당초 2013년 11월 개발이 시작돼 2017년 10월 종료됐어야 했던 이 사업은 현재로선 2022년 3월까지 개발이 지연될 예정이다.
북한 무인 정찰기 개발 사업인 'MUAV 사업'은 미군을 통해서가 아닌 독자적인 능력으로 북한 지역을 감시하고, 조기탐지 및 식별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다. 민간 기업으로는 대한항공,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개발 완료 예정 시점이었던 2017년 비행체와 지상체간 통신 오류가 발생해 개발이 14개월 지연됐고, 그 다음 해인 2018년에는 날개 착빙이 발생해 다시 9개월이 지연됐다. 이후 에도 대기 자료장치 오류 등 개발 오류가 6차례나 발생하며 총 53개월이 밀리게 됐다.
정부는 2022년 9월에는 개발은 완료할 거란 입장이지만 앞선 사례들을 비춰볼 때 여전히 결함 발생 가능성이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개발 기간은 더욱 지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UAV 사업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전시작전권 전환의 핵심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독자적인 감시가 가능해야, 전지작전통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시작전권 전환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착빙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착빙은 저온상태 비행시 날개 주변에 얼음 피막이 형성되는 현상으로 공기 흐름을 방해하고 엔진을 손상시킬 수 있어, 항공기로서는 비행안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2020년 1월 2일부터 2020년 8월 28일까지 8개월 동안 실시한 개발시험평가 중 비행시험 결과, 36,000피트 상공에서 1시간여 이상 비행 시 날개 점착 현상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비행체 상승 성능 저하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위사업청은 이에 대해 착빙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이륙 전 기상정보 확인해 임무지역 이동경로를 선정해 착빙환경을 회피하는 것으로 문제를 '우회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날씨가 안좋을땐 비행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셈이다.
하지만 예보에 없던 착빙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예측하지 못한 결빙 발생 시 항공기의 안전에 위협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임무 수행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당초 개발 당시 MUAV는 24시간 감시·정찰 수행을 통한 북한 예비전력 식별 및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는데, 착빙예보가 있는 경우 운용이 제한되므로 24시간 감시 및 정찰도 제한된다.
조명희 의원은 "군사 무기 등의 개발이 쉽지 않다는걸 고려해도 군당국이 5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은 사업이 53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건 지나치다"라면서 "또 방빙 시스템 결함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도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리나 업무태만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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