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원장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저와 국정원 전 직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 과거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국정원 불법사찰 재발 방지 결의안’ 이행 차원이다. 이 결의안은 “국정원장이 재발 방지와 국민사찰의 완전 종식을 선언하고 해당 사찰 피해자·단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 원장은 “과거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은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는 물론 국정원 지휘체계에 따라 조직적으로 실행됐다”며 “정·관계, 학계 인사와 관련 단체, 그리고 그 가족과 단체 회원까지 사찰하고 탄압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문화·예술·종교계 인사들의 동향 수집, 연예인 블랙리스트 작성, 친(親)정부 세력 확보를 위한 특정 단체·사업에 대한 금전 지원 등 과거 국정원이 벌인 불법사찰과 정치개입 사례를 열거하고 “국가정보기관을 ‘정권 보좌기관’으로 오인하고 정권 위에 국가와 국민이 있다는 것을 망각했었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을 추진해 정치 개입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정권의 부당한 지시는 없었고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불법사찰은 없다고 단연코 말씀드린다”며 “저와 국정원 전 직원들은 철저한 ‘정치 거리두기’를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을 또다시 정치로 끌어들이는 그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정치 중립을 지켜나가겠다”며 “정보공개 청구 및 불법 사찰 진상 규명 요구도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오직 법과 사법부의 판결 기준에 의거해서 처리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회가 될 때마다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은 5.18 민주항쟁, 세월호, 인혁당, 부마항쟁 등 과거사 진상 규명을 적극 지원했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 잘못을 사과해왔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박 원장은 “국정원은 가장 유능하고 가장 인권 친화적인 미래형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한반도 평화를 지원하고, 대공·방첩 사건도 잘 처리하고, 산업기술 유출, 사이버 해킹, 대(對)테러 등 국익·안보·안전·민생에 기여하는 서비스 기관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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