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폭행 사망' 황예진 母 "바라지도 않지만 사과 없어" [인터뷰]

입력 2021-08-27 17:26   수정 2021-08-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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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마포구에서 고 황예진 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남자친구 A 씨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유족 측은 아무런 사과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 모친은 27일 한경닷컴에 "이미 아이는 사망했고, 살인을 당해 죽음에 이른 것 아니냐"며 "사건이 발생한 뒤 가해자가 찾아와 사과하는 등의 제스처는 없었고, 우리도 (사과를)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유족 측은 SBS를 통해 데이트 폭행 장면이 담긴 CCTV와 딸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CCTV에서 A 씨는 황 씨의 머리를 잡은 뒤 벽에 수차례 밀쳤다. 충격을 받은 황 씨는 쓰러진 뒤 정신을 차렸지만, A 씨와 건물로 재차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CCTV에는 황 씨가 엘리베이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A 씨는 황 씨의 상체를 잡고 질질 끌면서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유족 측은 A 씨가 황 씨와 함께 잠시 건물에 들어갔을 때 추가 폭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씨에게는 위장출혈과 갈비뼈 골절, 폐 손상 등이 발생했으며 지난 17일 외상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다.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황 씨는 취업에 성공한 지 한 달여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황 씨 모친은 "딸은 한 전산·IT 기업에서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3개월을 일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돼 1달가량을 일했다"며 "제가 좋아했던 모습이 담겼다"는 말과 함께 생전 황 씨의 사진을 보내왔다.

황 씨 모친은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며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 청원은 올라온 지 이틀 만에 27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청원 글에 황 씨 모친은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한다"며 "더불어 연인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라고 적었다.

한편 경찰은 살인의 고의성을 확정하기는 어렵다며 상해치사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도 사건 발생 이틀 뒤 도주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들어 A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황 씨 모친은 "경찰에서 수사를 잘하고 있으니 믿고 기다리고 있다"며 "제가 바라는 건 경찰이 억울함을 잘 해결해주시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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