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던 차를 중고로 팔려면 요즘 같이 좋을 때도 없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에 중고차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중고차 플랫폼들의 '비교견적' 서비스를 체험하니 예상보다 훨씬 가격차가 컸다. 같은 차량으로 많게는 1350만원부터 적게는 10만원의 견적을 받았다.
28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8~9월은 중고차 딜러들의 매입 경쟁이 가열되는 시기다. 여름 휴가철에 몰리는 수요로 기존 '재고'가 대거 팔려나간 가운데 추석 연휴를 대비한 중고차 물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둔 시점에는 귀향을 위해 차를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반도체 공급난까지 겹쳤다. 인기 차종의 경우 동일 모델·옵션 기준으로 중고차 가격이 신차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사례까지 있다. 중고차를 팔기에 적합한 시기라는 설명이다.
여러 중고차 업체들이 어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한 내차팔기 서비스를 지원하므로 중고차 견적도 쉽게 받아볼 수 있다. 엔카닷컴의 '엔카 비교견적', 케이카 '내차팔기 홈서비스', 헤이딜러 '내차팔기', KB차차차 '팔아줘 차차차' 등의 서비스가 있다. 차량평가사가 직접 방문하는 케이카 서비스 외에는 온라인 입찰만으로 견적을 받아볼 수 있었다.
내차팔기 서비스를 비교해봤다. 엔카닷컴, KB차차차, 헤이딜러 3곳이 대상이었다. 기자의 차는 연식이 10년 가량 지난 모델이라 지인 차량을 견적을 내봤다. 2018년식 현대 아반떼 AD 1.6 모델로 약 5만4800km를 달린 무사고 차량이다.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요가 높은 엔트리카다. 중고차 시장 시세는 1320만원 내외로 확인됐다.
3곳의 내차팔기 서비스 신청 절차는 비슷하다. 차량 번호를 입력하고 기본 정보, 옵션 적용 여부, 사고 및 판금 도색, 수리 여부 등의 정보를 적게 했다. 차량 전면, 후면, 시동을 켠 상태에서의 계기판 사진도 찍어 등록해야 한다. 3곳에 큰 시간차 없이 차량을 올렸는데, 이렇게 등록한 정보를 토대로 딜러들이 각자 견적을 보내왔다.
시세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받아 기뻤지만 상위 5명의 딜러만 금액을 보여주고 연락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더라도 현장감가를 당할 위험이 남아있기 때문. 보다 많은 딜러의 평점과 후기를 확인한 뒤 연락할 상대를 신중히 고르고 싶었지만, 선택권 자체가 다소 제한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엔카닷컴에서 견적이 도착했다. 엔카 비교견적 서비스는 48시간 동안 최대 20건의 견적을 제공한다. 차량을 등록하고 약 한 시간 만에 첫 견적을 받았고 한 시간 30분 만에 최대로 받을 수 있는 20건의 견적이 모두 도착했다.
최고가는 1350만원으로 예상보다 높게 책정됐다. 그 다음 가격이 1300만원, 1295만원으로 가격대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됐다. 가격차가 적어 딜러들의 프로필과 후기를 꼼꼼히 살펴봐야 했다. 전반적 가격대가 시세보다 높은 편으로 딜러들 간 매입 경쟁 열기를 엿볼 수 있었다.
KB차차차의 '팔아줘 차차차'는 차량을 등록하고 서비스를 신청한 뒤 관리자 승인을 받아야 경매가 이뤄진다. 또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매가 진행되는 관계로 견적이 가장 늦게 도착했다. 오후 2시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다음날 오후 4시가 지나서 견적을 받을 수 있었다.
총 37건의 견적에서 최고가는 1336만원이었으며 상위 3명의 딜러에게 판매 요청이 가능했다. 팔아줘 차차차 견적 최하단에는 10만원을 제시한 딜러도 있었다. 시세가 1320만원인 차량에 10만원을 제시한 이유가 궁금했지만 상위 3명에 포함되지 않는 해당 딜러에게 연락하는 것은 시스템상 불가능했다.
가장 먼저 방문해 차량을 확인한 딜러는 온보드진단기(OBD)를 통한 검사와 차량의 스크레치를 꼼꼼하게 진행했다. 약 30분에 걸쳐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는 150만원에 달하는 현장감가를 요구했다. 해당 모델에 엔진 내 고질적인 카본 퇴적 문제가 있어 정비가 필요하며, 미션에서 약간의 소음이 나 고장이 의심된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사진에는 나오지 않은 자잘한 스크래치를 이유로 추가 도색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시에 현장감가가 많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제시 가격에 맞춰 견적을 다시 올리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견적을 빠르게 받긴 쉬웠지만 제 값을 받기는 만만치 않았다.
다른 딜러는 문콕 스크래치 등을 이유로 30만원 감가를 요청했다. 합리적 이유와 가격대라 생각했지만 차량을 가져간 뒤 다시 점검하고, 그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추가로 감가하겠다고 덧붙였다. 거래 후에도 차량 상태를 보증하고 수리 비용도 내라는 말을 듣고 팔 수는 없었다. 차량을 가져간 뒤 어떤 이유로 어느 정도의 금액을 요구할지 모를 일이었다.
미션 소음에 대한 질문에는 "5만km 이상 탔는데 소모품 상태가 새 것과 같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엔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딜러가 감수하겠다며 "그게 딜러의 실력"이라고 했다.
현장감가 없이 입찰가를 그대로 제시한 딜러에 대해 엔카닷컴은 "비교견적 우수 제휴 딜러를 엄격하게 선정하고 거래 후에도 적정한 거래가 이뤄졌는지 살펴보는 '사후관리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5년간 거래내용과 허위매물 적발, 거래금액 지급 준수 여부, 소비자 리뷰 등을 따져 우수 제휴 딜러를 선발한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실력과 경력이 갖춰진 딜러들이 모였고 문제 행위를 할 우려도 적다는 것. 또한 문제를 일으켜 비교견적에서 퇴출되는 딜러는 엔카 내 광고계정 등록도 막히는 등 강한 페널티를 준다. 소비자가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강도 높은 관리가 이뤄지는 셈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높은 가격에 차를 팔고자 하기에 최대한 많은 견적을 받거나 무조건 높은 견적을 제시한 딜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감가를 최소화하려면 차량을 등록할 때 감가가 될 만한 부분은 최대한 고지하고, 딜러 진입장벽이 높은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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