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결국 개편할 수밖에 없어
승용 전기차 7만5,000대, 화물 전기차 2만5,000대, 승용 수소전기차 1만5,000대, 이외 초소형 등을 포함해 13만6,185대의 친환경차 구매에 들어가는 국가 보조금은 모두 1조230억원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국가 보조금이고 자치단체가 추가하는 비용을 포함하면 2조원 내외가 소요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올해 2만2,980대의 전기차를 보급하는데 자체적으로 2,638억원을 사용한다.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처럼 막대하게 투입되는 전기차 보조금의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이냐가 고민이다. 기본적인 보조금 지급 명분은 탄소 배출 저감이지만 친환경차라도 용도와 기능에 따라 탄소 배출 효과는 달라질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한정된 보조금을 친환경차 수량 늘리기에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큰 곳에 우선 투입할 것인가의 순위 결정이다. 전자는 탄소 배출 저감 외에 전기차 산업 활성화라는 목적이 포함된 반면 후자는 철저하게 탄소 저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다.
전반적인 친환경차 보급 포트폴리오를 보면 한국은 물량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조사가 쏟아낸 전기차가 승용차에 집중돼 있어서다. 없어서 못 판다는 1t 화물 전기차는 승용차와 달리 올해 등장해 보급이 더디고 중소형 버스 또한 이제야 보조금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데 차츰 탄소 배출 저감에 초점을 맞춰 중대형 화물과 버스 등의 전기차가 많이 필요하면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정된 보조금을 상용 부문에 집중 투입하면 그만큼 승용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수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보조금 총액을 늘려야 하는데 이때부터는 정부도 적지 않은 재정 부담이 생기기 마련이다. 설령 늘리지 않는다면 대당 보조금을 모두 줄이거나 내연기관이 사용하는 기름의 유류세를 추가로 높일 수밖에 없다. 연간 15~17조원에 달하는 유류세를 유지해야 이 돈으로 전기차 보조금 충당이 가능해서다.
하지만 전기차가 늘어나면 유류세가 줄어드는 게 걱정이다. 예를 들어 배기량 2,000㏄급 중형 휘발유 승용차로 연간 1만㎞를 주행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은 1,310t(에너지관리공단 표시연비 기준)이다. 같은 차종으로 2만㎞ 운행하는 사람은 2,620t의 탄소를 배출한다. 이 경우 A, B 가운데 누구의 이동 수단을 전기차로 바꾸는 게 효과적일까. 당연히 후자가 해당된다. 그런데 A와 B가 전기차로 바꾸지 않고 휘발유 중형차를 계속 운행한다면 A는 연간 68만원, B는 136만원의 유류세를 부담한다. 여기서 확보된 204만원을 여러 용도로 사용한다. 그리고 전기차 확대와 함께 계속 유류세를 유지하려면 기름 사용자에게 추가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2050년까지 약 40조원의 유류 관련 세금이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이야 친환경차 보급 초창기여서 논의 자체를 꺼리지만 결국 정책적 해법은 시도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따라서 미래 탄소 중립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친환경차 보조금을 주기 위해 유류세를 올릴 것인지, 아니면 친환경차에 적정한 세금을 부과해 내연기관 자동차와 어느 정도 형평성을 맞출 것인지 방향성이 정해져야 한다. 게다가 한정된 보조금을 탄소 배출이 많되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상용 및 영업용에 우선 투입할 것인지, 아니면 탄소 저감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되 눈에 많이 보이는 승용 우선 확대를 펼칠 것인지 말이다.
매번 선거 때만 되면 모두가 미래 그린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거론하다 유류세 질문만 나오면 입을 닫는 게 다반사다. 유류세를 언급하는 순간부터 2,400만대의 자동차 소유자가 불만을 쏟아낼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조용히 넘어가기도 어려운 문제다. 이동은 국민 전체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종합 산업인 탓이다. 따라서 이제는 전기차 보조금이 포함된 세금 문제를 서서히 풀어가야 할 때다. 마침 또 다시 선거가 닥친 만큼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 먼저 화두를 꺼내주면 좋지 않을까.
권용주(자동차 칼럼니스트,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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