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내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하면 면역 시스템의 핵심 세포인 백혈구가 나서서 이들과 맞서 싸운다. 백혈구를 우리 몸을 지켜주는 ‘특수부대’라고 부르는 이유다.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인체의 면역력을 키워 암과 싸우게 하는 3세대 면역항암제가 바이오업계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백혈구를 활용하려는 연구 수요도 커졌다.
백혈구는 혈액내 비중이 1%에 불과해 추출하기 까다롭다. 보통 원심분리기로 무게가 다른 혈장을 분리해낸 후 시약을 통해 백혈구를 다시 추출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분당 수 천 번이상 도는 원심력 때문에 추출한 백혈구의 70%가 손실·변형되고 한번 추출에 6시간이 걸리는 데다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져 한계가 많았다. 대형 병원의 경우 이 작업에만 30~40여명이 투입될 정도다.
추출 기술엔 세포 단위에서만 적용되는 물리법칙(미세유체역학)이 접목됐다. 혈액을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수백개 원기둥 구조물을 지나가게 하면서 완전한 구형태인 백혈구는 좌측으로 흘러가고, 납작하거나 찌그러진 형태의 적혈구와 혈소판 등 혈장은 우측으로 흐르게 한 것이다. 백혈구가 완벽히 좌측으로 걸러지도록 원기둥 구조물의 지름과 간격, 바닥의 기울기를 설계한 것은 이 회사만의 노하우다.

아직 세계적으로 비슷한 기술을 상용화한 사례가 없어 현재까진 이 회사의 경쟁상대는 없다. 대형 글로벌 진단회사와 국내 유명 면역세포치료제업체가 최근 이 회사에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들은 이 기술이 현재 10조원 규모인 글로벌 원심분리기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원심분리기시장에서 40%, 해외에선 1%만 대체해도 이 회사의 매출은 2400억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범기 라디안큐바이오 사장은 “우리 기술을 융합하는 회사만이 글로벌 치료제 개발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회사는 30분만에 99%의 정확도를 가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검사 가능한 초고속 2세대 분자진단기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AED시장 전망도 밝다. 국내에선 연간 3만명이 심정지로 사망해 교통사고보다 사망률이 5배 높은 상황이다. 심정지 발생후 AED 등을 활용해 살리는 비율도 선진국(50~60%)에 한참 못미치는 6.8%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AED 설치비율이 인구 135명당 1대, 일본은 290명 1대인 반면 한국은 1000명당 1대다.
이 회사는 작년 세계 최초로 심전도 모니터링이 가능한 AED를 개발했다. 현재 KT와는 세계 최초로 IT기술이 접목된 ‘인공지능(AI) 홈케어 AED’도 개발하고 있다. 연말까진 가정용 렌탈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내년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시장 입성도 준비중이다. 김범기 사장은 “올해 바이오진단기 분야 매출이 본격 확대되면 2025년엔 AED사업과 비슷한 매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내년 매출 200억원, 2025년 매출 500억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혈액을 분리·진단하는 것을 넘어 치료제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바이오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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