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년 전 백화점 4층 여성패션관에는 40~50대 여성이 자주 찾는 손정완·막스마라 등의 여성 브랜드가 즐비했다. 하지만 요즘 새로 문을 연 백화점에 중년 여성을 위한 브랜드는 찾아볼 수 없다. 기존 매장에서도 대부분 철수했다. 백화점들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브랜드와 ‘준명품’으로 불리는 해외패션·컨템퍼러리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무신사, 지그재그 등 20~30대 패션플랫폼 업체들이 최근 40~50대 여성 패션앱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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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패션 플랫폼에 40~50대 여성을 위한 앱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다. 20~30대 여성 패션 플랫폼인 지그재그는 중년 여성층을 겨냥해 지난 6월 ‘포스티’ 앱을 선보였으며, 40~50대 여성 커머스를 표방하는 ‘모라니크’는 7월 출시됐다. 백화점 또는 아울렛에서 철수한 중저가 브랜드를 대거 들여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구조다. 롯데백화점에서 철수한 여성복 브랜드 ‘미세즈’ 등은 이런 패션 앱에서 8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가장 큰 구매력을 지닌 40~50대 여성들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쇼핑할 곳이 마땅치 않아 비대면 플랫폼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 플랫폼 퀸잇은 다운로드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40~50대 빅사이즈 여성을 겨냥한 푸미의 다운로드 수도 10만 명을 넘어섰다.
패션 플랫폼의 몸집이 급격히 커지는 이유는 갈 곳 잃은 40~50대 여성의 구매력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및 가두매장에서는 40~50대 여성을 위한 의류 매장이 사라져가는 추세다. 최근 연 더현대서울에도 중년 여성 브랜드가 한 곳도 입점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에 있는 백화점에는 40~50대 여성을 위한 의류 브랜드가 없어진 지 오래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강북에 있는 백화점과 지방에서만 40~50대 여성 브랜드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며 “백화점이 럭셔리 위주로 상품 배치를 재편하면서 자연스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20~30대 의류를 팔았던 플랫폼 시장도 이런 세분화된 수요를 받아들이며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남녀 20~30대 패션을 주 타깃으로 삼던 무신사는 명품 커머스, 중장년층을 겨냥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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