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등의 ‘마이데이터 소외 현상’을 방지하고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 등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느 정도 바로잡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은 오히려 창구 직원들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이나 불완전 판매 위험 소지가 높고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어 금융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앞서 금융위가 지난 2월 발표한 ‘마이데이터 기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불완전 판매 가능성 등으로 대면 방식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도록 했다.
은행권은 올 연말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고령층 등 디지털금융 취약계층이 관련 서비스에서 또다시 소외될 수 있어 대면 영업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취약계층이 마이데이터 서비스 혜택을 온전하게 누리려면 현실적으로 은행 창구 직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면 영업을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은행 고객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도 펼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대면 영업이 허용되면 모바일 앱을 쓸 줄 모르는 고령층 고객도 창구 직원이 대신 금융사별로 흩어진 상품 가입 내역을 일목요연하게 조회하고 해당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더 나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고객 상담 및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은행 측은 “디지털 취약계층이 자신이 가입한 예·적금 등 금융상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비대면 플랫폼에서는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상품설명서 등 복잡한 가입서류에 ‘확인’ 체크만 하면 해당 금융상품에 곧바로 가입되는 비대면 영업과 달리 은행원이 대면 상담을 통해 고객 이해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불완전판매 우려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갖춰진 은행에서 고객 정보 유출이나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오히려 낮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비대면 영업만 허용하면 빅테크와 인터넷은행에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불만도 은행권에서 나온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다른 은행과 달리 지난달 은행연합회가 연 17개 은행 실무진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 사태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은행 영업 현장에서 불완전 판매가 심심찮게 일어나는데 창구 직원이 고객의 모든 금융정보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 이를 가만히 놔두겠느냐”며 “당장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신규 상품 가입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융당국도 규제를 푸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이 빅테크와 형평성 차원에서 마이데이터의 대면 영업을 허용해달라는 취지는 잘 알고 있지만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은행 대면 영업 시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고객 데이터가 활용될 것이란 우려를 불식할 만한 방안을 은행권에서 스스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빅테크의 쇼핑 품목 정보 제공 범위를 둘러싼 양측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금융정보 외에 빅테크가 보유한 쇼핑정보도 마이데이터 범위에 포함하기로 하고 총 12개 품목 카테고리로 나눠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정보 공개를 꺼리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대부분 품목을 ‘기타’로 분류하는 탓에 데이터 분석이 무의미해지고 있어 구체적인 품목 정보가 필요하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박진우/정소람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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