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들머리에서 산행을 시작해 마을을 지날 즈음 이집 저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골목 어디선가 작은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일행 중 한 명이 강아지를 쓰담쓰담해 주고는 본격 산행을 시작했다. 얼마만큼 갔을까. 문득 뒤돌아보니 녀석이 계속 따라오는 게 아닌가. 산길을 안내할 것도 아니고 제 길 가다 돌아가거나 제 목적지가 이 길 어디쯤이겠거니 했으나, 꽤 많이 올라온 상태라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강아지를 돌려보내려고 쫓아 보았으나 아랑곳없이 따라오기에 어쩔 수 없이 산길을 동행하게 됐다.
한겨울 눈 내린 청계산행은 8시간 이상 걸렸다. 다른 등산객도 있었고, 중간중간 하산하는 우회길도 있었지만 강아지는 우리 일행을 벗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강아지에게 찜(?) 당한 것이었을까? 종일 긴 시간 함께 산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 강아지는 어떻게 우릴 믿고 어쩌자고 따라온 것일까. 강아지가 좋아할 만한 먹을거리를 준비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맛있는 것을 건넬 수도 없었다. 오로지 함께 오르는 것이 전부였다. 함께 쉬고 함께 물 마실 따름이었다. 정상을 넘어 볕 좋은 자리에서 점심을 먹을 때도 딱히 줄 것이 없어 가져온 점심을 나눠 먹었다. 점심을 먹고는 곤했는지 옆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던 녀석! 하산 길 가파른 바위를 내려설 때는 안절부절 낑낑대며 도와달라고 하고, 안아서 내려주기를 반복하며 긴 산행을 마쳤다.
다시 마을에 도착해 마무리할 때까지 함께 있던 녀석은 심지어 우리 일행이 출발하기 위해 차에 오르는데 함께 차를 타려고 아우성이었다. 참 난감한 일이었다. 혹 다른 마을 강아지였을까? 아니면 주인이 없거나 버려진 강아지였을까? 떨어지기 싫어하는 어린아이 달래듯 어렵사리 강아지를 떼어 놓고 출발해 돌아보니 차를 따라 뛰어오고 있었다. 참 특별한 인연이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 아이 제집 찾아 잘 들어갔겠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한여름 휴가철이 이제 다 지났다. 피서지에서 버려지는 강아지가 많다고 한다. 특히 섬에는 떠도는 유기견들이 늘어난단다. 더위 달래며 쉬다가 반려견을 버리는 건 어떤 마음일까. 짐작하기 어렵고 안타깝기만 하다. 올 휴가철에는 그런 소식이 전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번 읊조리게 된다. 청계산의 그 아이는 과연 제집을 잘 찾아 들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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