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코로나19 대처로 드러난 '일본의 민낯'

입력 2021-08-30 17:34   수정 2021-08-31 00:30

이달 21일자 아사히신문 1면 헤드라인은 ‘의료 한계 초월’이었다. 26일자는 ‘긴급사태21 도도부현으로 확대’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올림픽 이후 가파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16∼22일 한 주 동안 하루 평균 확진자는 3834명에 불과했으나 이달 22∼28일은 2만2417명으로 5.8배나 늘어났다(NHK 자료). 일본이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며 민낯을 드러내게 됐을까? 그 근저에는 ‘기존방식 집착’ 및 ‘정치적 술수’가 있다.

우선 코로나19 확산세가 기존 보건소 대처 여력을 능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종 바이러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대응책은 옛날 방식 그대로다. 보건소 직원이 감염 의심자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는 안 보이고 자치단체에 맡겨 신속한 대처조차 어렵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감염병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동인(動因)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제어 불능 사태는 긴 시간 동안 굳어져 온 수동적 사고와 행동 습관이 낳은 병폐의 단면이다. 외부 힘의 자극을 빌려 헤쳐가는 방법도 있겠으나, 안과 밖을 구분하며 내부인들로 뭉쳐진 폐쇄적 의사결정 관례가 개방성을 방해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도 감염 확산에 한몫했다. 되도록 감염자 수를 적게 보이면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달 21∼27일 도쿄의 코로나19 검사 결과 평균 양성률은 20.7%에 이르렀다. 적극적으로 양성자를 찾아내기보다는 감염 개연성이 높은 사람들만 검사했음을 말해주는 수치다. 실제로는 코로나에 감염됐지만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림픽은 치렀으나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감염 제어 불능’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으며 ‘확진자 자택요양’이란 허울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젠 의료 체계가 심각할 정도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키는 행동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한다. 마스크 착용도 잘하고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규제도 잘 지키는 시민들에게 ‘확진자 자택요양’을 들고나온 것은 대책 실패를 자인한 꼴이다.

‘감염 제어 불능’은 정책 실패와 꼼수 책략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져갔음을 보여준다. 적확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에 집착한 채 정치 술수로 포장하다 터져 나온 위협적 사례다. 사정이 이렇지만 일본인들은 큰 목소리를 내며 정책 당국을 비난하거나 도쿄도지사 퇴진 운동까지 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의 영역 침범을 아주 꺼리며 정치에 관심도 낮고 정부 비판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주어진 일을 할 뿐이다.

‘남의 호박에 말뚝 박기’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라는 관용어는 한국어에는 있으나 일본어에는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관용 표현 또한 일본어에는 없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도 해코지 심리가 실제로 나타났을 때는 일벌백계로 응대하고, 끌어내리기 심리가 창궐하지 않도록 하는 ‘의좋은 형제’ 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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