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시민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체포돼 재학 중이던 경찰대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 20대 학생이 법원에서 퇴학 취소 판결을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행정2부(부장 오영표)는 경찰대생 A 씨가 경찰대학장을 상대로 낸 퇴학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퇴학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퇴학이나 근신 등 각 징계위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투표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A 씨 행위가 퇴학 사유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안건을 상정했다"며 "퇴학 여부에 관한 찬반 투표 방식으로만 의결을 진행한 만큼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A 씨에게 재심의·의결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도 따로 하지 않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한 점도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A 씨는 선배들이 먼저 회식을 제안해 식사하며 술을 마셨는데 모임 성격상 술을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 정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재물손괴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폭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각각 내려진 만큼 징계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7월 23일 밤 경찰대생(당시 4학년) 신분으로 실습 중이던 서울 종로경찰서 인근에서 지도 선배들과 회식한 뒤 술에 취한 채 길을 걷다가 주차된 차량을 발로 찼다. 당시 A 씨는 말리는 시민을 주먹으로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폭행·재물손괴 혐의로 그 자리에서 체포된 A 씨는 순찰차에서 다른 경찰관에게 험한 말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대 측은 폭행·손괴·시비 등으로 학교 명예를 심하게 훼손한 행위를 문제 삼아 A 씨를 징계위원회에 부쳤고, 징계위원 7명 중 5명의 '퇴학' 의견에 따라 A 씨를 학적에서 지웠다.
이에 A 씨는 "징계위에서 처음부터 퇴학 처분을 전제로 심의한 데다, 문제가 된 모든 행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며 대전지법에 퇴학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경찰대 측에서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지난달 17일 확정됐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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