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조 필요한데"…리콜 사태 LG엔솔, 자금조달 괜찮나

입력 2021-08-31 10:23   수정 2021-08-3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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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리콜 사태로 연내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LG에너지솔루션의 자금조달이 계획대로 진행될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IPO 여부를 10월 공개로 못박은 만큼 현재 조사 중인 충당금 규모가 연내 상장 여부를 가를 것으로 관측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리콜 사태와 관련해 "현재 당사가 추진 중인 IPO와 관련해 제너럴모터스(GM) 리콜 조치 방안,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올해 안에 상장 완료를 목표로 IPO를 지속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 10월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발표는 GM이 최근 쉐보레 볼트 전기차(EV) 리콜을 밝히면서 해당 차량에 배터리를 납품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예비 투자자들의 우려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 "충당금 규모가 커질 경우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자 회사 차원에서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등 3사는 쉐보레 볼트 배터리 화재 원인을 함께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3사의 리콜비용 분담액이 결정된다. 그러나 조사가 지연될 경우 비용 분담에 대한 합의가 늦어지고, 이 경우 연내 상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리콜 제품에 대한 상세 분석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상장이 지연될 경우 자금 조달에도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GM과 함께 만든 합작사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州)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오는 2025년까지 각 공장별 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다. 여기에 폴란드와 중국에도 각각 6조7000억원과 2조3000억원이 들어가는 증설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인도네시아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두 회사가 약 1조1700억원을 투입하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절반을 부담한다. 역시 연내 착공이다. 오는 10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별도로 만드는 인도네시아 배터리 2공장도 첫 삽을 뜬다.

이 같은 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2025년까지 매년 4조원 안팎의 신규자금이 필요한 상황. 관건은 충당금 규모다. 재무적 손실이 예상 외로 커지면 상장 과정에서 기업 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현대차 코나 EV 리콜 여파로 6500억~7000억원의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2019년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최근까지도 충당금을 쌓고 있다. 이번 GM 리콜 사태까지 포함하면 전기차 배터리에만 최소 조 단위 리콜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코나 리콜 사례를 참고하면 GM이 인식한 2조1100억원 중 LG 측(LG에너지솔루션, LG전자)의 비용은 약 50~65%(1조600억~1조37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LG 내 최종 분담 비율을 보수적으로 40%로 가정할 때 LG에너지솔루션의 최종 비용은 4230억~555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진행한 '배터리 소송'에서 이겨 받기로 한 2조원 규모 배상금을 상당 부분 리콜 충당금을 쌓는 데 써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배터리 원재료인 니켈, 망간 등의 가격도 오르는 추세라 자금 확보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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