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팔려면 신차 내놔"…중고차업계 요구에 '합의 실패'

입력 2021-08-31 13:01   수정 2021-08-31 13:02


중고차 시장 개방을 둘러싼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매매업계의 상생안 도출이 끝내 무산됐다.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를 통해 완성차 업계와 매매업계의 협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해온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31일 비대면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진행상황을 발표했다. 지난 2월 매매업계 불참으로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 발족에 실패한 뒤 을지로위원회는 6월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를 만들고 완성차 업계와 매매업계를 참여시켰다.

3개월에 걸쳐 6차례 실무위원회를 개최하며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는 큰 틀에서 '중고차 시장 개방'에 합의했다. 양측은 연 250만대 규모인 중고차 시장 전체 물량 10%에 한해 완성차 업계가 참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올해 3%를 시작으로 2024년 10%까지 단계적 참여율 상향을 허용하자는 것.

그러나 최종 합의안은 나오지 못했다. 세부 쟁점에서 매매업계 반발이 이어지며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탓이다. 매매업계는 완성차 업계가 취급할 수 있는 10%의 범위를 연 250만대 기준이 아닌 사업자 거래 매물 기준인 130만대 규모라고 주장했다. 중고차 시장은 개인 간 직거래 매물이 약 120만대 가량을 차지한다.


완성차 업계 입장은 다르다. 250만대가 전체 물량이라는 전제로 점유율을 기존 15%에서 10%로 낮춰 양보했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는 12만km·6년 이하 매물을 취급하겠다던 방침도 10만km·5년 이내로 한 발 물러섰다.

게다가 매매업계는 거래 대수만큼 완성차 업체의 신차 판매권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완성차 대리점은 본사 관리 하에 동일한 가격·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관리를 받지 않는 중고차 매매상사가 최소 연 13만대 이상 규모의 신차 판매에 나서겠단 얘기다.

또한 소비자가 '트레이드 인' 방식으로 신차를 사며 내놓은 중고차를 완성차 업체가 사지 말아야 한다고 매매업계는 주장했다. 소비자는 매매업계와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판매해야 하며, 완성차 업체도 플랫폼에서 중고차를 매입해 인증 중고차를 만들라는 요구다.

반면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매입을 통해 신차 가격을 할인해주는 트레이드 인 방식 특성상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를 직접 매입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중고차 매매업계와 완성차 업계의 상생안 마련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추가적 협의도 없을 전망이다.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가 3개월 기한으로 출범했고, 기한을 모두 소진한 만큼 이날 간담회에서는 향후 계획도 따로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고차 시장 개방 안건은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를 통해 완성차 업계와 매매업계의 의견이 모두 개진됐고, 중고차 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소비자들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이른 시일 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8월 말까지도 중고차 시장 개방과 관련한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면 중기부로 안건을 즉시 넘겨야 한다"며 "중기부 이관 후에도 조속히 결론을 내지 못하면 다시 한번 전 국민 온라인 서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온라인 서명 운동에서는 한 달도 되지 않아 10만명 이상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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