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주고 사면 호구"…갤Z플립3, '성지'서 20만원 싸게 샀다

입력 2021-09-01 00:05   수정 2021-09-0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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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3'를 사려던 A씨는 지인에게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성지'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지인이 해당 업체로부터 소개받은 성지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자신이 원래 사려던 것보다 최대 20만원가량 더 쌌기 때문이다.

1일 A씨는 "제 가격에 스마트폰 사는 사람들이 호구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더라"며 "1~2만원 차이도 아니고, 호구가 안 되려면 스마트폰 사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갤Z폴드, 플립3 성지 '좌표 찾기' 여전
사실 성지는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따라 추가지원금은 기존 공시지원금의 15%까지만 지급될 수 있어서다. 이를 초과하는 지원금은 불법 보조금이다.

공시지원금의 15% 넘게 싼 가격에 최신 스마트폰을 파는 '성지' 대부분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곳이란 얘기다. A씨 사례처럼 최근 온라인에서는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를 싸게 살 수 있는 성지라며 광고하는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갤럭시Z폴드, 플립3의 경우 구매 대기자가 많고 삼성에서 재고 통제가 들어가는 바람에 재고가 많지 않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어 통신사와 대리점이 리베이트를 적게 쓰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불법 보조금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다 보니, 성지 주소를 뜻하는 '좌표'를 얻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비공개 경로로 얻는 경우가 많고, 단통법 단속을 경계하는 업체 측에서 까다롭게 신원 확인을 요구하기도 한다.

성지를 이용해본 B씨는 "성지는 보통 비밀스러운 곳에서 장사한다. 지인 소개로 (성지를 알 수 있는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소개해준 사람 전화번호를 요구하더라. 당일 바로 예약해야 신청한 스마트폰을 접수하는 곳도 알려줬다"고 말했다. C씨는 "갤럭시Z플립3를 싸게 사려고 성지라 불리는 여러 곳을 알아봤는데 명함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무용지물 7년차 단통법...방통위, 개정안 발의도
이처럼 불법 보조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여전해 단통법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법 취지가 무색하게 음성적 정보 유무에 따라 싸거나 비싸게 스마트폰을 사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2014년 제정된 단통법은 단말기 지원금이 차별적이고 불투명하게 지급되면서 만들어진 혼탁한 통신 시장 유통 구조를 개선하자는 목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단통법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법 보조금 근절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통법 탓에 오히려 소수만 불법적 '혜택'을 받는 데다, 단통법 이전에 받았던 지원금보다 적은 지원금을 받으면서 대다수의 단말기 구매 부담은 도리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 추가지원금을 기존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올리는 내용의 단통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공시지원금이 50만원이라면 기존엔 최대 7만5000원까지 추가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대 15만원까지 한도가 올라간다.

다만 이 경우에도 추가지원금은 대리점마다 자체 조달하는 재원이라 오히려 유통점별 지급 할인액이 달라져 또 다른 이용자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규모 사업자도 있다. 추가지원금 30% 상향시 오히려 이용자 차별이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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