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고용 부문 예산은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8.5% 늘어, 전체 예산의 35.9%에 달한다. 청년층 주거 지원 등 청년 희망사다리 패키지에 23조5000억원, 노인 일자리 등 일자리 211만 개를 만드는 데 31조원 등 양극화 대응에만 83조5000억원을 쏟아붓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 밖에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보상에 1조8000억원 등 현금성 지원책이 87개나 된다.
코로나 대응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청년 지원 및 세금 일자리 확대 등 복지성 지출을 대폭 늘리는 것은 부동산을 비롯한 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과 내년 선거까지 겨냥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토건 적폐’로 몰던 현 정부가 내년 SOC 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27조5000억원을 편성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출이 폭증한 반면 세수 증가는 이를 따르지 못해 내년 재정적자 규모가 94조7000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그 결과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1.7% 늘어난 1068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50.2%로 이 역시 최초로 50%대에 진입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의 나랏빚 증가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것”(IMF) “한국의 국가채무는 장기간 유지해온 재정규율 이력을 시험할 수도 있다”(무디스) 등의 경고가 무색하게 됐다.
국가채무 급증은 국가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당장 국민 개개인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 추산 내년 국세 수입은 338조649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19.8% 늘어난다. 세금이 늘면서 내년 조세부담률은 사상 최고치인 20.7%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내년 예산안에는 지난 4년간의 국정실패를 나랏빚으로 덮어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넘어가선 안 된다. 다음주부터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은 나라가 주는 ‘공돈’이 아니다. 결국 세금 더 내서 우리가 갚아야 할 빚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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