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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시작된 20년간의 아프간 전쟁이 공식 종료됐다.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은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진 미군의 철군을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독립을 선언했다. 극단적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험은 해소되지 않는 등 여러 과제를 남겨둔 채 아프간 전쟁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획보다 하루 앞당긴 철군이 완료되자 미 국방부는 철수 종료를 발표했다. 곧바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을 통해 12만 명이 넘는 미국과 동맹의 시민을 대피시켰다”며 “아프간에서 20년간의 군대 주둔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31일 대국민 연설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미 국무부는 아프간 주재 대사관 운영을 중단하고 카타르로 관련 업무를 이관한다고 밝혔다.
아프간 철군을 지휘한 매켄지 사령관은 브리핑을 통해 “미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인 대피 작전이었다”고 자평했다. 하루 최대 1만9000명을 이동시키는 등 지난 14일부터 미군과 연합군이 12만3000여 명의 민간인을 카불공항에서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명 이하의 미국인이 아프간 탈출을 희망했지만 시간 안에 공항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인과 아프간 현지인들이 원하면 아프간을 떠날 수 있게 계속 도울 것”이라며 “그들에 대한 우리의 약속엔 데드라인이 없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작업이 쉽거나 빠르게 될 것이라는 환상은 없다”며 대피 작업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탈레반 정권 아래에서 미국에 협력한 현지 조력자들의 탈출은 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쟁 기간이 길어지자 비용과 인명 피해가 커졌다. 지난 4월 기준 아프간전 희생자는 약 17만 명에 달한다. 미국의 전쟁 비용은 1조달러(약 1165조원)에 이른다. 이런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전 종전을 선언했지만 숱한 해결 과제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레반은 겉으로 여러 정파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현지 조력자 보복에 나설 공산이 크다. 예전처럼 여성 인권을 탄압하며 공포정치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탈레반은 중국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이 당분간 아프간 문제에서 손을 떼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자살폭탄 테러를 벌인 IS의 아프간 지부인 IS-K에 대한 응징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수 정책에 대한 미국인의 지지율은 38%에 불과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조사한 결과다.
AFP통신은 “미국이 아프간을 재건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썼지만 20년간 이어진 잔혹한 전쟁이 탈레반의 집권으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미군 역사에서 아프간 전쟁은 엄청난 실패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박상용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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