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는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다니며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같은 혁신적 기업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미 명문대인 스탠퍼드대 화학과 중퇴자란 이력도 후광을 더했다. 젊은 금발 미녀라는 외적인 요인과 탁월한 말솜씨도 그가 스타덤에 오르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테라노스의 정체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손가락에서 채취한 혈액으로 정확한 진단 결과를 얻기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테라노스는 투자자들에게 기술과 관련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의문을 나타낸 테라노스 임직원들은 해고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15년 테라노스의 실체를 폭로하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홈스는 순식간에 몰락했다. 테라노스의 진단기기로 확인할 수 있는 질병은 극소수에 그쳤으며 그나마도 다른 회사 기기를 무단 도용해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8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캘리포니아주 북부 검찰청은 홈스와 테라노스에 사기 혐의 등을 적용했다. 그해 9월 테라노스는 문을 닫았다.
홈스는 전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혐의를 벗기 위해 오랜 연인 관계였던 라메시 서니 발와니 전 테라노스 사장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홈스는 20세 연상의 유부남이던 발와니와 10년 동안 비밀리에 불륜 관계를 맺어왔다. 홈스는 발와니로부터 성적, 정신적 학대를 당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으며 테라노스를 경영하는 동안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스가 신생아의 어머니란 점을 내세워 동정 여론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2019년 캘리포니아 에번스호텔의 후계자인 윌리엄 에번스와 비밀 결혼식을 올렸고 지난 7월 아들을 출산했다.
혁신기업에 투자해 ‘대박’을 노리는 유동성이 다시 넘쳐 흐르는 최근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테라노스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WSJ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향한 맹신, 자신을 과대포장한 기업인의 비밀주의가 테라노스 사태의 원인이었다”고 경고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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