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8대 금융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한 고승범 위원장(사진)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위기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현실화된다”며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게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급증한 가계부채가 내포한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은 필연적인 금융·통화정책 정상화의 과정”이라며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산가격 상승과 거침없는 민간신용 확대를 뒷받침해온 금융 환경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시장 안정을 위한 과단성 있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부터는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과열된 자산시장 간 상호 상승 작용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책은 별도로 정비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고 위원장은 “(대출 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재연장 여부는) 추석 전에 결론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한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근의 금융지원이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늦추고 부실을 누적시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의 자금이 지원되도록 효과성을 제고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암호화폐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제시했다. 고 위원장은 “가상자산사업자(암호화폐거래소)가 가상자산 거래 영업을 하기 위한 신고 절차 이행 과정에서 거래 참여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근원적 제도 개선을 위해 관련 부처 및 국회와 속도감 있게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9월 24일 시한인 암호화폐거래소 등록 신고도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 금융감독원 등과의 정책 공조, 금융권과의 적극적인 소통도 당부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위가 특정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 있는 금융정책을 수립할 때 더 큰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시장과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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