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여행·공연 예약 플랫폼인 인터파크 매각이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야놀자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 유력 인수 후보가 모두 불참을 결정해서다. 여행 플랫폼 분야 강자인 트립닷컴, 여기어때 정도만 아직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인터파크 예비입찰에 야놀자, 네이버, 카카오 등 인수 후보로 거론된 곳들이 대부분 불참했다. 앞서 매각주관사 NH투자증권은 잠재 후보들과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10여 곳이 IM을 수령해 인수전을 검토해왔지만, 정작 공식 입찰엔 발을 들이지 않았다.
인터파크 내 주력 사업부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아이마켓코리아, 바이오사업부 등 알짜 사업이 매각에서 제외된 점도 흥행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매각 측은 국내 2위권 여행 플랫폼 업체인 여기어때와 글로벌 2위 예약 플랫폼 트립닷컴의 참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양사 모두 인수 이후 시너지가 뚜렷한 만큼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트립닷컴은 1999년 ‘씨트립’으로 창업한 후 중국 1위 여행사로 자리잡았다.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2003년에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120만 곳의 숙박업체와 제휴해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480여 개의 항공사와 비행기 탑승권 업무 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운영 중이다. 트립닷컴이 인터파크를 인수할 경우 국내 여행 예약·발권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다.
여기어때는 인터파크를 인수할 경우 선두주자인 야놀자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2019년 여기어때를 인수한 영국계 사모펀드 운용사(PE) CVC캐피털은 여기어때 매입 직후 맛집 소개 앱 망고플레이트를 인수하는 등 연관사업 회사를 인수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폈다. 여기어때가 인터파크 인수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고객망을 확충해 추후 상장(IPO) 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파크는 매각 대상인 여행·티켓·도서 사업부 등을 물적분할한 후 분할한 회사 지분 100%를 파는 방식으로 매각 구조를 확정했다. 매각 대금이 분할 후 남을 회사로 유입되는 구조다. 인터파크의 시가총액이 약 7700억원이고 보유 중인 자회사 아이마켓코리아 지분(43%)의 시가가 17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해 매각 측에선 5000억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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