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가액 상향이 '적극 행정'이라던 권익위…올해는 요지부동[임도원의 BH 인사이드]

입력 2021-09-01 11:35   수정 2021-09-01 13:47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 어려움을 덜어주는 적극행정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권익위는 지난해 10월 이같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2020년 적극행정 우수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총 네 건의 사례 중에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상 농수산물 선물 가액범위의 한시적 상향도 포함됐습니다. 권익위는 "코로나19 방역대책 등으로 농수산업계의 생존권 위협이 심각해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이에 지난 추석 명절 기간에 한해 청탁금지법 시행령의 농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일시 상향해 농수산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기여했다"고 자평했습니다. 권익위는 앞서 2019년에도 같은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는 이번 추석 명절 시즌에도 권익위는 '적극 행정'에 나서고 있을까요. 농수산업계가 한목소리로 농수산물 선물 가액 상향을 호소하고 있지만 권익위는 올해는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시행령을 고치면 청탁금지법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권익위에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고,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도 공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청와대도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선물가액 상향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권익위는 요지부동입니다. 민간 위원 등으로 구성된 전원위원회 내부 반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럴 바에야 아예 국회가 나서서 청탁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매년 시행령을 개정하느니 아예 법으로 선물가액 상향을 못박자는 것입니다. 농수산업계는 아예 농수산물의 경우에는 선물가액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유통 및 가공업체들은 국산 우수 농축산물로 10만원 이내의 명절선물 세트 상품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농축산물 선물가액 10만원을 고수하다 추석에 외국산 농축산물이 더 많이 팔려나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일명 '언론재갈법'으로 불리는 언론중재법 등은 강행처리하려는 민주당이 왜 청탁금지법은 고치지 못하고 매년 시행령 개정에 매달리는 것일까요.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민생법안에는 예외인 것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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