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는 못 참죠"…온라인 판매 중단시킨 여고생 [인터뷰]

입력 2021-09-01 18:11   수정 2021-09-01 19:16


사극 영화와 드라마로 인해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된 한 여고생이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욱일기 판매 중단을 요청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호주에 본사를 두고 1000만명이 넘는 글로벌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플랫폼 엔바토에 항의 메일을 보내 실제로 욱일기 판매 중단까지 끌어낸 원주 북원여고 1학년 전가영(17) 양의 이야기다. 엔바토는 다양한 디자인 소스를 판매하는 글로벌 온라인 마켓이다.

전 양은 1일 한경닷컴에 "지난 7월 우연히 엔바토에서 욱일기가 담긴 스톡 푸티지(이전에 촬영되어 현재까지 보관 중인 필름이나 비디오 촬영물) 소스 판매 글을 발견하게 됐다"며 "욱일기를 보자마자 이러한 제품을 판매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평소 욱일기가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는 전 양. 그는 바로 엔바토 홈페이지 내 고객의 불만이나 문의사항을 접수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을 찾아 들어가 영문으로 해당 소스의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메일을 작성했다.

그는 메일에서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과 전쟁범죄를 상징하는 깃발로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한 뒤 "욱일기가 담긴 소스의 판매 글을 삭제해달라"고 적었다.


엔바토는 전 양의 요청에 "의견을 수용하겠다"라고 답변을 보내왔다. 결국, 최근 엔바토에 올라왔던 욱일기 관련 소스 판매 글은 삭제됐다.

당시를 떠올린 전 양은 "일제강점기 시절에 관한 역사 수업을 들으면서 선조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었는지 배운 게 엔바토에 항의를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다"라며 "지금 학원에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걸 먹고 놀 수 있는 것도 모두 그 시절 독립을 위해 싸워준 선조들 덕분 아니냐"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영화 '사도'나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보면서 처음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사극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했던 게 이런 결과로 이어질지는 몰랐다"라며 덧붙였다.


그의 담임선생님은 평소 전 양이 학교에서도 한번 무슨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이 상당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전 양의 담임을 맡은 박중서 씨는 "가영이는 학급 반장으로서 책임감 있게 생활을 하고 있다"라며 "자기만의 계획이 수립되면 엄청난 실천력을 보이며, 본인의 진로와 관련한 많은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욱일기 판매 중단을 계기로 전 양은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서 29기 글로벌 역사 외교대사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번 욱일기 판매 중단을 계기로 반크로 활동하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욱일기 판매 중단처럼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어 기쁘다"라고 웃어 보였다.

전 양은 아직 진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영어나 역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그는 "영어교육과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역사에 관한 관심도 많아서 솔직히 헷갈리지만, 우리나라를 향한 자긍심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만은 확고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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