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채무의 질(質)도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상환 부담이 적은 금융성 채무 비중은 줄고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대폭 늘어나서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5년 만에 국가채무가 660조원에서 1068조원으로 400조원 이상 늘어나는 등 가파른 채무 증가 속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채무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별다른 대응 재원이 없어 국민의 세금 등 국가 수입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2017년 374조8000억원에서 내년 694조4000억원으로 319조6000억원(85.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외국환평형기금 등 채무에 대응하는 기금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환 부담이 적고 재정건전성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금융성 채무 증가폭은 같은 기간 88조5000억원으로 27.7% 증가하는 데 그친다.
전체 국가채무 중 적자성 채무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2017년만 해도 적자성 채무는 국가채무 660조2000억원 중 56.8%였다. 2019년까지 이 비율을 유지하던 문재인 정부는 작년부터 적자 국채를 대거 발행했다. 지난해 846조6000억원의 국가채무 중 512조7000억원이 적자성 채무로, 60.6% 비중을 기록했다. 적자국채 규모는 올해 104조원, 내년 본예산 기준 77조6000억원이다. 이를 감안한 적자성 채무 비중은 올해 63.9%로 뛴 뒤 내년엔 65%까지 치솟게 된다. 현 정부 5년간 적자국채 비중이 8.2%포인트 확대되는 것이다.
본예산 기준 연간 지출액은 2017년 대비 2022년 200조원가량 늘었지만 △적자가 매년 누적되고 △본예산 외 추가경정예산으로 인해 적자가 확대되고 △국채 이자로 매년 20조원가량 지출되는 등의 이유로 국가채무는 400조원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2017년 18조5000억원 수준이던 적자폭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난해 112조원, 올해 126조6000억원 등으로 크게 커졌다. 적자 총합은 398조3000억원으로 국가채무 총량의 증가폭(408조1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국가채무와 재정지출 확대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새로운 사업을 추가할 때 기존 사업의 지출을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서 최근 몇 년 새 재정지출과 국가채무가 큰 폭으로 늘었다”며 “이제는 이를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기재부는 1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글로벌 저성장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확장 재정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재정건전성 우려와 관련해서는 “2023년 이후 지출증가율을 단계적으로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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