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재정이 속속들이 병들고 있다. 정부 예산부터 각종 사회보험까지 문재인 정부 들어 수입보다 지출이 늘다 보니 건전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부족한 돈을 빚으로 메우는 구조가 만성화되면서 재정과 각종 기금이 ‘부실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금으로 사회보험 지탱
1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회계연도 결산 총괄보고서’에서 지난해 8대 사회보험에 대한 국가지원금이 18조7459억원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첫해인 2017년 13조1955억원 대비 1.4배로 늘어난 수치다.8대 사회보험은 국민·공무원·군인·사학 등 4대 연금과 건강·고용·산재·노인장기요양 등 4대 보험으로 구성된다. 원칙적으로는 해당 보험 및 연금 내에서 재원을 충당해야 하지만 손실이 커지면서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실정이다.
사회보험 국가지원금은 지난 정부까지만 해도 감소 추세였다. 2015년 공무원 연금개혁으로 적자보전 금액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적자보전 지원금은 2016년 5.8%, 2017년 2.1% 줄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 큰 폭으로 뛰기 시작했다. 예산정책처는 “4대 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가운데 고용 여건까지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건강보험에 대한 국비 지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7년까지만 해도 7조5000억원대 안팎이던 것이 내년에는 10조3992억원까지 증가한다. 2017년 6.12%이던 보험료율을 내년 6.99%까지 올려 민간에서 상당한 보험료를 추가 징수하고도 늘어난 문재인 케어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다른 사회보험도 비슷한 실정이다. 2017년 1472억원에 불과하던 고용보험 지원금은 지난해 1조3569억원으로 10배 가까이 팽창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도 같은 기간 5837억원에서 1조2436억원으로 증가했다. 각종 연금 관련 국가지원금 지급 역시 늘고 있다. 지난 정부 시절 개혁으로 2015년 3조727억원에서 2019년 2조563억원까지 줄었던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은 지난해 2조5644억원으로 반등했다.
예산정책처는 “2018년 건보 가입자 지원 확대가 국가지원금 증가의 중요한 원인”이라며 “국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개별 사회보험의 보험료율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 재정 부실로 이어져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사회보험 지원 규모가 국가재정에 사실상 영구적인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한번 늘어난 혜택을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복지혜택 증가와 고령화로 각종 연금과 보험 등의 비용 소요가 급증하며 재정 부담을 날로 키우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위기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까지 늘어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2%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지만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연금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정부 수입·지출로 계산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2017년 18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12조원으로 빠르게 악화됐다. 올해는 126조6000억원, 내년에는 94조7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는 8.3%에 이르는 내년 지출 증가율을 2023년 이후 전년 대비 5% 이내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100조원 이상의 재정수지 적자는 2024년 108조4000억원, 2025년 109조원 등으로 지속된다. “문재인 정부를 기점으로 정부 재정 악화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정부에 이와 관련한 우려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출 구조조정은 게을리하는 가운데 각종 복지사업을 남발한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의 결과가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장과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은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한 해 20조원 정도이던 재정지출 증가폭이 40조원대로 고착화되고 있다”며 “다음 정부에서 이를 정상화하는 데에는 늘어난 지출 증가만큼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