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더 머니이스트-Dr.J’s China Insight]

입력 2021-09-03 07:26   수정 2021-09-03 09:35


중국에서 '중국경제의 설계사'로 칭송 받는 등소평이 주창한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중국의 '선부론(先富?)'은 성공한 것일까요? 경제데이터를 보면 "능력 있는 자 먼저 부자 되라"는 중국의 선부론은 일단 성공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일취월장으로 경제성장을 한 중국이 20년만에 확실한 G2로 올라섰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컸습니다.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2021년 전세계 억만장자의 수를 보면 미국이 724명으로 1위입니다. 중국은 626명으로 2위를 차지해 경제규모에 이은 부자 수에서도 중국은 G2를 달성했습니다.


2021년 8월31일 기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세계100대 부자 랭킹을 보면 중국은 놀랍게도 20명이 등극해 있습니다. 중국 최고부자는 세계 부자 순위 18위입니다. 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GDP)규모로 보면 한국이 26위이고, 중국은 56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100위 안에 들어가는 부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한국의 1위 부자는 세계 부자순위 156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가관인 것은 '공유제'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상위 1%의 부자들의 재산 입니다. 중국의 소득계층 상위 1%의 재산은 하위 50%의 5배나 됩니다. 공동으로 생산해서 공동으로 나눈다는 공산주의의 이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사회주의'라 하지 않습니다. 그 앞에 '중국 특색'이라는 말과 뒤에 '시장경제'라는 말을 붙여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말로 포장을 합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공유제의 관점에서 보면 좀 요상합니다. 소득과 부의 분포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중국경제는 '사회주의 탈을 쓴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G2의 고민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인당 소득 1만달러의 중진국 건설을 완성했습니다. 절대빈곤 인구를 제로로 만들었다고 자랑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중국경제의 총량지표는 세계 2위지만, 국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大中?民族??)'이나 '중국의 꿈(中??)' 같은 정부의 거대한 국정 아젠다는 길거리의 광고판에서나 보는 정치구호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중국의 경제총량은 세계 2위지만, 14억 인구의 1인당 소득은 세계 56위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득 상위 1% 계층은 세계 100대 부자순위에 등극할 정도로 떼돈을 벌었고, 상위 1%의 소득은 하위 50%의 전체소득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우리도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말이 있지만, 공유제 사회주의국가 중국은 '다 같이 배고픈 건 참을 수 있었지만 배 아픈 건 못 참습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 이젠 총량지표로 맷집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1인당 지표를 기준으로 진짜 먹고사는, 체감지표로 국민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의 시간이 오고 있다고 느낀 모양입니다.

지난해부터 중국은 1978년 등소평의 개혁개방이후 32년간 경제발전의 패러다임이었던 '능력 있는 자 먼저 부자 되라'는 '선부론(先富?)'을 버리고, 정부의 각종 회의와 지도자의 연설에서 '공동부유론(共同富裕?)'을 들고 나왔습니다. 파이 키우기에서 파이 나누기로 돌아선 것입니다. 그간은 성장을 위한 '효율이 우선'이었지만 이젠 '분배가 우선'이라는 겁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정책변화에 당황한 것은, 공동부유론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감내해야 해야 하는 중국인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의 플랫폼 기업과 인터넷 기업에 투자한 서방 세계의 투자가들이었습니다.

잘 나가던 중국의 플랫폼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사교육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멀쩡하던 시장점유율 1위의 플랫폼 기업들이 조단위의 벌금폭탄에 조단위의 사회기부금 출연을 하다 보니 기업가치 손상이 불가피했기 때문입니다. 이들 업종은 정부의 공동부유론(共同富裕?)에 장애가 되는 산업으로 지목되면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은 "중국식 중산층 만들기"

1978년 개혁개방이후 중국의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도농간의 소득격차, 지역별 소득격차, 집단간의 소득격차는 개선된 게 별로 없었습니다. 1978년 개혁개방 당시 도농간의 소득격차는 2.6배였는데, 2020년에도 여전히 2.6배로 상대 소득격차는 줄어든 게 없습니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최근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위기 수준입니다. 부의 불평등의 심화는 저축율의 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시진핑 집권이후 지역별 경제력격차도 더 확대되면서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공부론은 결국 피라미드 구조의 소득분포를 종형분포로 만드는 중국식 중산층 만들기 입니다. 더 이상 부(富)의 집중을 방치했다 가는 사회문제가 되고 이것이 체제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간 지속해왔던 '선부론'의 위기인 것입니다.




중국은 미중간 무역전쟁을 하면서 수출중심 성장은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국내 대순환(??大循?)이라는 컨셉의 경제패러다임을 내놓았다가 세계2대 경제권이 국내에만 집중하면 너무 보호주의 색채가 짙다고 판단했는지, 슬그머니 국내외를 다 아우르는 '쌍순환(?循?)' 경제 패러다임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쌍순환'은 이름만 그럴 듯하고 실제로는 '내수중심 성장'과 기술국산화를 통해 미국의 기술제재를 벗어나는 'US- Tech Free' 전략입니다.

문제는 내수중심 성장에서 내수가 부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로 내수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위 1%가 하위 50%의 부의 5배를 차지할 정도의 불균형 경제구조를 중산층이 50%가 넘어서는 미국식 경제 구조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반(反)공부론 기업제재 어디까지 갈까?
중국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공부론과 이에 맞물린 플랫폼기업의 제재를 시진핑의 3기 집권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지만 이는 단견입니다. 앞서 중국의 경제 현황을 리뷰해 봤듯이 사회주의 이념과 국민정서에 비춰보면 중국의 현재 경제상황과 소득분포는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이를 수정하겠다는 것이 묘하게 시진핑의 3기 집권과 맞물렸습니다.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기업제재를 한다는 것은 일견 일리가 있어도 보이지만, 근본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중국의 플랫폼기업 제재와 연예 오락 교육분야의 제재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적인 것입니다. 이미 2020년부터 계획되고 준비해 온 것을 2021년에 실행하는 것입니다. 이를 주가폭락과 연계하다 보니 과격한 해석과 단편적인 것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에 폭탄 맞은 플랫폼기업과 인터넷기업 투자가들 입장에선 이 조치가 얼마나 갈지가 관심입니다. 중국의 '공동부유론'의 시간 스케쥴은 중국의 2개의 정책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경제규모를 결정하는 '14차5개년계획(14.5??:2021-2025)'과 분배구조를 결정하는 '법치국가건설 5개년계획(法治?家建?五年??:2021-2025)'입니다. 투자가들 입장에서는 후자의 계획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보면 중국이 규제할 산업과 육성할 산업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특히, 주가가 폭락한 업종은 법치국가건설 5개년 계획에 구체적으로 거명된 업종들입니다.



그간의 칼럼에서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중국의 '새장경제론', 중국 특색의 '당정국가(party-state country)론'을 이해하면 중국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플랫폼기업 제재, 플랫폼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의 제한과 감독은 '선을 넘은 기업들 선 안으로 들어오라는 것'이고, '기업이 공산당에 복종하라'는 것은 당정국가(당=국가)에서 국가에 복종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중국식 중산층 만들기 프로젝트인 '공동부유론'의 분배를 위한 실행계획인 법치국가 건설은 3단계로 이뤄지고, 최소 5년이상 가는 계획입니다. 첫째, 노동분배율을 높일 수 있는 산업구조 고도화, 즉 월급 많이 줄 수 있는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을 만들고 노동자들이 많은 분배를 받고 소비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장애가 되는 반독점, 불공정,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업종은 손본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플랫폼 기업, 교육기업이 해당됐던 것입니다.

둘째는 조세형평과 보조금지금의 공정성 확보입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수정은 조세로 하는 것이고, 부족한 복지는 정부 보조와 복지서비스를 통해 민생지원을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과도한 수익이나 불합리한 가격을 책정해서 민생을 저해하는 부동산, 제약, 의료산업이 손볼 대상입니다.

셋째는 선부론의 수혜를 입은 기업가와 기업의 자선과 기부를 통해 사회분배를 조정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상위 1%부자와 서버 하나만 가지고 떼돈 번 플랫폼기업들과 대주주들의 기부금 행렬이 바로 이것입니다.
시진핑의 공부론에서 투자기회는?
정부 규제로 플랫폼기업이 주가 폭락한 상황에서, 플랫폼기업에 투자한 투자가들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아닌 중국경제 전체를 보면 중국이 '시장주도(市?主?), 정부인도(政府引?)' 원칙의 판을 깬 것은 아닙니다.

미국과 경제전쟁을 치루어야 하는 중국이 공부론으로 중국 기업 죽이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국 플랫폼 기업의 제재의 피해는 독과점 1위 기업이고, 수혜자는 2~3위 이하 기업입니다. 중국은 인터넷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아 규제해도 그 국부가 외국기업으로 유출되지 않습니다.

업종내 자국기업끼리 점유율 재배분이 일어나는 정도입니다. 오히려 지금 미국과의 전쟁을 코앞에 두고, 잘나가는 자국기업을 손볼 정도로 중국의 분배상황과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바다가 잠잠하면 큰 고기가 없다고 합니다. 중국의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플랫폼기업의 제재는 반대로 첨단 하드테크 기술기업으로 자금과 정책이 집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신에너지, 전기차 등 하드테크 첨단기술주에 큰 투자기회가 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네트워크 보안, 데이터 보안법 시행의 일환으로 중국 GDP의 63%를 차지하는 공기업들의 빅데이터를 민간기업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을 금지시켰습니다. 클라우드 시장의 양대 고래인 알리바바, 텐센트는 최대 피해자이지만 인터넷데이터센터(IDC)장비, 건설회사는 때아닌 특수를 맞았습니다. 공기업들의 새로운 IDC건설에 따른 거대한 투자수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데이터 보안의 규제강화로 네트워크 보안 데이터·보안 솔루션업체들도 특수를 맞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시진핑이 주재한 전면개혁심화위원회에서 물자비축과 공급망 안전을 강조했습니다. 서플라이체인 관련 솔루션과 소프트웨어회사들도 특수를 맞을 전망입니다.

그리고 인구감소에 대응한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경감을 목적으로 한 초중등학교의 사교육 금지가 입시교육업체에는 독이지만, 입시와 상관없는 예능교육업체는 수혜입니다. 그리고 1억9000만명의 노인인구를 가진 중국, 매년 2500~3000만명의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실버교육산업이 새로운 도약기을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저축률이 44%에 달할 정도로 금융시장의 발달하지 않아 자산소득이 미미합니다. 노동분배율을 올린다고 하지만 이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중산층을 육성하려면 투자자산 소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데 이는 은행예금이 아닌 증시 투자상품이 필요합니다. 상업은행 중심이 아닌 투자은행 중심의 금융구조개편이 불가피합니다.

중국의 중산층육성 프로젝트의 수혜자는 은행업이 아닌 증권업입니다. 중국이 JP모건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100% 지분 독자증권사를 허용한 것은 중국 증권사의 대형화와 국제화를 위한 '메기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중국 대형증권사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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