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알이 입 안에서 눈꽃 흩날리듯 퍼지는 감동은 최상의 스시에서만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초밥왕’으로 통하는 안효주 스시효 대표(64·사진)는 밥을 한 줌 쥔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이렇게 말했다. 눈 깜짝할 새 먹음직스러운 스시 한 점이 완성됐다. 안 대표는 “스시는 3초 안에 모든 게 이뤄질 때 가장 이상적”이라며 “3초 만에 만들고, 만들자마자 3초 안에 맛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2일 서울 청담동 스시효에서 만난 안 대표는 “스시를 더 맛있게 즐길 방법을 알고 먹으면 같은 조리사가 동일한 재료로 만든 스시여도 맛의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시 맛을 좌우하는 것은 생선보다 밥알”이라며 “밥알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풀어지면서 생선과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집중해서 느껴보라”고 조언했다. 스시는 포장보다는 현장에서, 룸이나 테이블보다 카운터(바)에서 먹을 것을 권했다. 몇 분만 지나도 밥알의 전분이 녹아 찐득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일본 음식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 한국의 초밥왕으로 1999년 소개된 ‘스시 명장’이다. 스무 살 때 “권투 챔피언이 되겠다”며 전북 남원에서 상경했다가 글러브 대신 칼을 쥐었다.
일식당에서 하루 300개씩 냄비를 닦으며 생활비를 벌던 시절을 지나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케 총책임자까지 올랐다. 안 대표는 “첫 4년6개월은 쌀 씻고 밥만 지었다”며 “끈질기게 연구하고 노력했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가 청담동에 2003년 문을 연 스시효는 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이 찾는 맛집 대열에 올라 있다. 그는 “기본 재료에 정성을 들이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소개했다.
쌀, 소금, 밥 짓는 물까지 안 대표가 손수 검증해 조달한다. 안 대표는 “해마다 이듬해 사용할 쌀을 신중하게 고른다”며 “올해는 계약 재배한 사사니시키 품종을 사용 중인데 밥알이 더 살아 있다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보통 스시집에서 사용하는 아키바리 쌀보다 비싼 품종이다. 소금은 천일염을 항아리에서 21년 숙성시킨 것을, 밥 짓는 물은 열흘마다 검단산에서 길러 온 미네랄 물을 쓴다. 그는 “소금 하나도 어떤 걸 쓰느냐에 따라 맛, 냄새, 식감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스시효는 오는 11월 본점을 강남구 신사동으로 이전한다. 오마카세(주방장 특선)를 즐길 수 있는 카운터를 늘리는 게 대표적인 변화다. 안 대표는 “한 번을 먹어도 제대로 먹겠다는 소비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언제 찾아도 최고의 재료와 솜씨로 만든 스시를 맛보도록 하는 게 평생 목표”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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